지금 칼럼을 쓰는 오피니언이라는 지면의 영역은 신문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자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세상일에 다양한 관점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나 일반 독자들의 칼럼이 이곳에 실린다. 한때 옴부즈맨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나 미디어 전문가가 직접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비평하던 코너가 유행한 적도 있다.

 

독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할애애주는 수준의 독자 참여는 이제 고색창연하다. 지면이나 언론사 홈페이지 어느 곳이 아니어도 독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곳은 너무도 많다. 그들은 어디선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디어는 잘 알지 못하는, 또는 별로 알려고 하지 않는 그 어느 곳에서.

 

최근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독자가 아닌가 싶다. 언제는 언론이 ‘독자가 우선’이라고 말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하지만 지금 말하는 독자는 과거의 독자와 다르다. 실체가 훨씬 명확하고 성향과 행동패턴이 손에 잡히는 콘텐츠 소비자다. 독자를 제대로 알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외국 유력 미디어들은 수년 전부터 편집국 내에 독자팀을 만들었고 독자 의견을 받거나 피드백을 주는 차원을 넘어섰다. 이 팀에는 대개 기자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 개발자 등 전문인력이 함께 일한다. 독자를 안다는 것은 결국 데이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신문은 구독자 정보를 신문을 배달하고 구독료를 받기 위한 용도로만 여겼지 데이터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더구나 열독률 조사에서 수치의 증감을 말하는 것이 민망해진 지 오래다.

 

독자들이 기사 페이지를 보면서 남긴 흔적은 인사이트를 던진다. 페이지뷰, 방문자수, 체류시간, 완독률 같은 데이터는 모두 독자와 콘텐츠의 경쟁력을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꾸린 독자팀은 데이터로 조회수의 허수를 덜어냈다. 독자들의 패턴을 분석해보니 실제 기사를 질적으로 ‘읽는’ 횟수는 전체 조회수의 9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독자 알기 작업이 한창이다. MBC가 만든 모바일 전용 뉴스쇼 <14층>은 미국 NBC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만든 스냅챗 전용 모바일 뉴스쇼 <스테이튠드(Stay Tuned)>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기획 단계에서 콘텐츠가 겨냥할 독자 조사를 꼼꼼하게 진행했다는 점이다. 주간 한겨레21이 시작한 독자편집위원회 3.0도 독자 조사와 독자가 참여한 지면 혁신이 목적이다.

 

독자 데이터는 미디어의 살길과도 직결된다. 광고주들은 광고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어떤 독자들에게 읽히는지 세세하게 알고 싶어 한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아온 독자들이 큰 적대감을 보이는 경험 중 하나가 ‘스팸성 광고’들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니 광고는 저렴해지고 많이, 어지럽게 붙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nyt데모(DEMO)’팀을 만들었다. 데이터, 개발, 디자인, 광고·마케팅 전문가들이 협업해 독자 데이터를 좀 더 정교한 광고와 브랜드 저널리즘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팀이다. 이 팀은 크게 2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필스(Feels)’는 콘텐츠의 내용과 키워드, 콘텐츠를 보고 느낄 감정의 조합에 따라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광고주들은 독자들의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기사에 관련 광고를 붙일 수 있다. 또 다른 프로젝트 ‘리더스스코프’는 국외 독자들이 어떤 기사에 반응하는지를 측정해서 광고로 연결시킨다.

 

우리는 아직 독자를 제대로 안 적이 없다. 미디어의 전략은 독자를 제대로 아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건 ‘언론 전지적 시점’의 생색내기 독자 참여는 아니다.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