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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방통위, 미국처럼 헌법기구로 만들어야”

최시중 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1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임기가 3월 말 만료된다. 언론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최시중 체제’ 방통위의 지난 3년을 평가하고 2기 방통위원 인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진보개혁 진영의 전문가들은 독임제로 운영돼온 방통위를 바로잡으려면 최 위원장의 연임을 막고 방통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24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3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구로 운영하려면 헌법을 개정해 선거관리위원회·헌법재판소처럼 헌법기구화해야 한다”며 “1기 방통위의 폐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최 위원장의 연임 저지 투쟁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 2008년 3월 출범한 방통위는 관련법률에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5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다른 부처와 정책 협의를 하도록 하는 등 위원회 구성에 독임제적 요소가 가미됐다.
방통위가 무늬만 독립적 합의기구일 뿐, 실상은 위원장 1인이 좌우하는 독임제 부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조 사무총장은 “정권이 공영방송을 국가기구로 간주하고 KBS·MBC 사장을 폭력적으로 교체할 때 방통위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야당 추천을 받은 이경자 부위원장과 이병기 당시 상임위원도 ‘방통위 사교클럽’의 멤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김지현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는 “방통위가 출범할 때 철학이나 비전, 전망에 관한 고민은 없었다. 기존 기구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관한 행정공학적 논의만 있었다”며 “지금 방통위는 방송을 정권유지 도구로 보는 정부에 협조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방송 장악과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자 선정에만 골몰해 통신 정책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정상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은 “방통위는 ‘통신 불구 위원회’였다. KT가 아이폰을 국내 도입한 게 2008년인데 방통위는 2010년 4월에 와서야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을 세웠다”며 “방통위가 방송 장악과 종편 선정에 쏟은 열정의 100분의 1만 통신에 쏟았어도 우리 정보기술(IT)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를 2개월 남긴 최 위원장은 연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보수언론들도 시장 연착륙을 위해 최 위원장의 연임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법률을 개정해 위원장 한사람이 방통위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전문위원은 “방통위가 합의기구답게 운영되려면 의사결정 방식을 현행 다수결에서 만장일치제로 바꿔야 한다”며 “합의제를 독임제로 악용한 사례를 중심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 방통위원들이 정책 중립성을 어겼을 때 처벌하는 강행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기 방통위원 인선에 관해선 “문방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심사위원회를 별도 구성할 것이다. 실패작이란 오명을 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무총장은 “현재 5명인 방통위원의 수를 늘리고, 지역과 소수자를 방통위원 인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방송과 통신 정책을 다시 분리해 과거 방송위와 정통부 체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지금 방통위 체제로는 방송이 정권에 종속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방송과 통신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지난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개최한 방통위 평가 토론회에서 “방송의 특성과 사회적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따져야 한다. 방통위 구조 안에서 안 된다면 되돌리는 게 답”이라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