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어이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지난 2일 방통위 사무국은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세부 심사기준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 기준을 의결하면 곧바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2일 최시중 씨는 심사기준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방통위 전체회의는 오는 10일로 예정되어 있다.
 

만의 하나 방통위가 10일 심사기준을 의결해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다면, 이날은 방통위가 MB 정권의 ‘조중동 종편 나눠주기’에 부역해 ‘민주주의 훼손’, ‘미디어산업 퇴행’이라는 대재앙의 씨를 뿌린 날로 기억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단체는 입이 아플 정도로 ‘조중동 종편’의 부당성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종편 추진 중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방통위에는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방통위가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려는 지금, 우리는 ‘왜 조중동 종편이 안되는지’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며, ‘조중동 종편’이 초래할 참혹한 결과에 최시중 씨를 비롯한 방통위원들이 엄중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경고해 둔다.
 
 
 
 
‘조중동 종편’은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재앙이다.
지난해 한나라당은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언론악법을 밀어붙였다. 그 목적이 ‘조중동 종편 나눠주기’에 있음은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법경품으로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에게 종편 또는 보도전문채널까지 주겠다는 것은 여론 다양성을 짓밟는 행위다. 또한 방송을 정권 획득에 따른 전리품으로 여기고 정권과 코드가 맞는 수구세력에게 나눠주겠다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조중동 종편’에 줄 수 있는 모든 특혜를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초 통과된 시행령에 따르면 ‘조중동 종편’은 사업자 선정 절차에서부터 편성, 광고, 전송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특혜를 누리게 된다. 나아가 지난달 최시중 씨는 ‘조중동 종편’에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채널’을 줄 방침이며 이를 위해 SO에게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직 ‘조중동 종편’을 위해 외압과 통제라는 구시대적 방식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조중동 종편’은 방송 산업의 측면에서도 재앙이다.
정부 여당은 언론악법을 밀어붙이면서 ‘미디어 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의 장밋빛 전망을 내세웠다. 그러나 방통위가 내놓은 종편 추진안을 보면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따위는 허울일 뿐이며 그저 ‘어떻게 하면 조중동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방송을 나눠줄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만 보인다.

이런 정략적인 목적에 따른 종편 추진은 방송산업 전반을 파국으로 몰고 갈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를 볼 때 기껏해야 한 개 정도의 종편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한 사업자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을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종편에서 탈락한 사업자에게 보도전문채널이라도 떼어주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또 일정 기준을 넘으면 모두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방송산업이야 어찌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탈락 사업자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만약 조중동을 비롯해 복수의 종편 또는 보도전문 채널이 생기면 방송사들은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방송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광고유치만을 의식한 저급 방송이 범람할 것이 뻔하다
 
 
 
 
뿐만 아니라 방통위의 ‘조중동 종편’ 밀어붙이기는 위법이며 ‘헌재에 대한 겁박’ 행위다.
야당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에 대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고, 헌재는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만약 헌재가 야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조중동 종편’의 근거가 되는 언론악법 자체가 국회에서 재논의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방통위가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조중동 종편’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헌재를 향해 ‘현실을 무시하지 말라’고 겁박하는 꼴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씨는 ‘헌재 판결 이후에 종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또 한 달을 기다리면 사업자들이 너무 기다리게 되고 국민들도 방통위에서 일 안 하는 거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짓밟겠다는 얘기다. 이런 인물이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으니 어떤 정책인들 정상적으로 추진 될 것인가? 최 씨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방통위원장 자리를 내놓는 것이다.
 
최시중 씨를 비롯한 방통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엄중하게 촉구한다.
‘조중동 종편’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시민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통위가 끝내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인다면 그로 인한 모든 부작용에 대해 최시중 씨를 비롯해 ‘조중동 종편’ 만들기에 동조한 위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야당 추천 위원들에게는 각별히 당부한다.
‘조중동 종편’ 밀어붙이기에 끝까지, 단호하게 맞서달라. 그동안 우리는 야당 추천 위원들이 정략적인 ‘조중동 종편’ 추진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따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종편 기본계획 의결과 세부 기준 보고 과정에서 이경자 위원만이 ‘헌재 이후 논의’를 주장하며 퇴장 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양문석 위원은 기본 계획 의결에 동의한 데 이어, ‘심사 기준은 정해 놓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자’며 세부 기준을 보고하는 자리도 지켰다고 한다. 다만 양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당 추천 위원들이 헌재 판결 이전에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면 ‘사퇴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글을 올렸다.

우리가 야당 추천 위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에서 단호하고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방통위원 5명 중 2명이 야당 추천 위원이다. 비록 여당 추천 위원보다 소수이고 최시중 씨의 전횡이 심하다 해도 방통위는 엄연히 ‘합의제 기구’다. ‘다수독재’의 일방통행은 법의 취지를 말살하는 만행이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조중동 종편’의 폐해와 일방적 밀어붙이기의 반민주성을 단호히 꾸짖고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다면 ‘조중동 종편’이 쉽게 추진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시민사회가 야당 추천 위원들의 역할을 지켜보고 있다. 어려움을 이기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시민사회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끝>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