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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KBS·MBC 공정성 포기”…반발 확산

ㆍKBS 징계파문 속 MBC 쟁의조정 신청 ‘긴장 고조’

KBS가 사원들을 무더기로 징계해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MBC도 일방적으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담은 단체협약을 파기해 노조가 투쟁체제에 돌입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이들 지상파가 단협파기와 징계를 남발하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보수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방송의 공정성 약화와 자기검열 강화라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7일 서울 MBC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임단협 일방파기 규탄 및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의 단협 해지로 MBC는 1987년 노조를 만들던 시기로 돌아갔다. 그때처럼 다시 싸워 조합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기자·PD·아나운서·기술직 조합원 등 30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동안 우리는 무임승차하지 않았느냐”며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고나서야 다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싸움에서 지면 조합이 사라지고, 자랑스러운 공영방송 MBC인으로도 살 수 없다. 함께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MBC노조는 이날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사태는 지난 14일 MBC가 단협을 해지하면서 시작됐다. MBC는 “노조와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가 경영진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내고 단협 해지를 선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노사 협상의 쟁점은 단협의 ‘방송의 독립성 유지’ 조항과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조항 개정에 관한 것이다. 현행 단협은 편성·보도·제작의 실무 책임과 권한을 관련 국·실장에게 두는 ‘국장 책임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사측은 국장이 아닌 본부장의 총괄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국장 책임제가 정치적 외풍을 막고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이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노보를 통해 “이 정권은 공정방송 실현의 제도적 근간인 국장 책임제와 공정방송협의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김재철 사장을 집요하게 압박해왔다”며 “김 사장이 단협 파기를 통해 공정방송의 씨를 말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이 위원장을 비롯해 예능프로그램<놀러와> 연출을 맡고 있는 신정수 편성제작 부문 부위원장, 나준영 보도부문 부위원장 등 13명의 노조 간부들은 단협 파기에 반발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노동위원회 일정대로라면 MBC노조는 다음달 안으로 본격적인 파업 체제에 돌입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 조정안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며 노사 양측이 조정안을 수용하면 임단협이 타결되지만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MBC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가 2월 말 교체되기 때문에 총파업을 곧바로 시작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노조원 60명을 징계에 회부했던 KBS는 지난 13일 <추적 60분>의 강희중CP와 김범수, 임종윤 PD를 추가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들이 <추적 60분> ‘4대강’ 편 불방에 항의해 시사제작국 사무실에 ‘<추적 60분> 불방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게 사유다. 29기 이하 PD들은 “김인규 사장이 한줌의 명예라도 소중히 하신다면 언론인 후배들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사퇴하시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KBS 노조원들은 사측이 실제 징벌보다는 기자·PD들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징계 조치를 남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KBS가 노조원 60명을 징계 명단에 올린 지 한달이 지났지만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2명에 대해서만 인사위원회가 열린 상태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