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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기고]EBS 빠진 UHD 방송 신규 허가 ‘유감’

2015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4사의 초고선명(UHD) 주파수 배정을 확정했다. 새로 할당된 700㎒ 주파수는 공공재로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난시청 해소와 실내수신 향상 등 개선 효과를 갖는다. 이와 함께 디지털TV보다 섬세하고 선명한 화면과 입체음향 등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의 복지 혜택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다. 방통위는 지난 11월11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수도권 지역 지상파 UHD 방송국 신규 허가를 의결했고, 내년 2월부터 수도권 권역에서 UHD 본방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방통위가 의결한 내용 중 의아한 점은 교육공영방송 EBS에 대한 UHD 방송 허가 관련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초 진행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내용을 살펴보면 이에 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UHD 신규허가를 위해서는 방통위에 허가신청서를 접수하고 이에 따른 기술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KBS가 올해 약 6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영위기를 이유로 EBS의 UHD 송신 지원이 곤란하다고 밝혀 EBS가 송신에 대한 계획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방송법 제54조에 명시된 국가기간방송 KBS의 업무 중 하나는 EBS 송신 지원이다. 이에 KBS는 DTV 전환 이후에도 EBS 송신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EBS는 방송의 재허가 심사에 있어서도 KBS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를 제출해 왔다. 그러나 KBS는 올해 재정적 어려움으로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EBS 송신 대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방통위도 아무런 대책 없이 이를 수수방관한 나머지 결국 EBS는 UHD 방송 신규허가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19대 국회 미방위 주파수정책소위는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 4사 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700㎒ 대역을 지상파에 배정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당시 EBS는 700㎒ 대역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였으나,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의 강력한 요구로 700㎒ 대역에 EBS도 UHD 방송이 가능토록 하였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권과 시청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2015년 11월 주파수정책소위는 UHD 방송을 위한 공공재인 주파수를 배분하며 EBS를 공영성과 공공성이 가장 높은 방송사로 그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EBS를 배제한 채 수도권 UHD 방송 허가를 결정했다. 이는 19대 국회 미방위 주파수정책소위 합의정신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방통위는 연예와 오락 분야가 아닌 4K 교육영상으로 교실현장과 연계하고, 개인맞춤형 교육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EBS의 대국민 UHD 약속 실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왜 방통위는 지상파방송 중 공공성이 높은 EBS의 UHD 서비스를 통한 시청자 복지 제고를 가볍게 여기는가? 왜 KBS는 적자를 핑계로 방송법을 무시하면서까지 EBS에 대한 송신지원을 마다하고 있는가?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도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시청자 복지 제고에 있다. 이를 똑똑히 기억한다면 방통위는 국가가 출자하고 시청자가 주인인 공영방송사 간에 협업과 상생을 도출해 나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규제기관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중재를 할 필요가 있다.

 

윤석년 | 광주대 신방과 교수·전 한국방송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