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기자칼럼]이 끝은 어디일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7 한국’을 최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2012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6년부터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보고서엔 한국을 포함한 36개국 조사결과가 나온다. 설문 응답자 7만1715명 중 한국인은 2002명. 올해 1~2월 조사했다.

 

볼까 말까 했다. 종이신문 지표는 뻔해보였다. 맡은 일이 일인지라 암울해 보이는 리포트를 한두 쪽 억지로 넘겨본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 종이신문 이용은 26%로 36개국 평균 39%보다 13%포인트 낮다.” “종이신문 의존도는 한국이 5%다.” “한국은 정기구독 22%, 가판구매 7% 등 29%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설문 조사 모집단이 ‘인터넷 이용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저조하다. 신뢰도는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최하위다.

 

예상한 결과다. 종이쇠퇴나 신뢰 위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 갑갑한 수치는 다음이다. ‘주로 이용하는 디지털뉴스 통로’를 고르라는 설문에 한국 응답자의 4%만 언론사 홈페이지를 꼽았다. 조사 대상국 평균은 32%다.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 즉 네이버나 다음 같은 플랫폼 의존도는 77%로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의존도는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대신 그 빈자리를 카카오톡 채널 같은 메신저앱이 파고들었다. 한국 응답자의 39%가 카카오톡으로 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통계를 볼 일도 아니다. 전통매체 구성원들마저 포털이나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보는 시대에 더 말할 게 무엇이 있을까.

 

홈페이지 방문자 수 감소와 메신저앱의 부상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를 재확인하면서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나’ 같은 생각이 든다. 소속 팀 이름은 ‘모바일팀’이지만, 주력 업무는 ‘웹 홈페이지’ 관리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웹 관리에 매달리는 건 아니다. 플랫폼과 소셜미디어, 메신저앱에 각각 대응해야 한다는 건 디지털뉴스를 담당하는 이라면 다 안다. 대부분 뉴스가 무료인 한국에서 수익은 홈페이지 트래픽에 달려 있기에 부여잡을 수밖에 없다.

 

업무 전환이나 인력 투여는 쉽지 않다. 구성원들은 예전과 똑같은 분량의 종이신문을 만들면서 디지털뉴스도 처리해야 한다. 현장기자들 피로감이 커지면 덩달아 디지털 담당자들 피로감도 증대한다. 이들의 일은 ‘비가시적 노동’이다. 예를 들어, 기자들 기사에 관련 보도를 묶어준다. 소셜미디어나 메신저앱 특성에 맞게 기사를 각각 유통시킨다. ‘디지털뉴스팀’ 이름으로 기사도 내보낸다. ‘바이라인’도 없고, ‘종이’도 없으니 “쟤들은 뭐하나” 같은 말이 나오며 ‘존재’가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다. 다들 인력난에 시달리다 보니 디지털 쪽 인력은 유지만 해도 저항에 부딪힌다.

 

생존? 경쟁은 치열해진다. 모두가 ‘헉’ ‘충격’ 같은 뉴스를 만드는 건 아니다. 여러 신생 뉴스매체들이 모바일에 특화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며 전통매체를 위협한다. 돈(인력)이나 의지가 있는 전통매체는 제2, 제3의 매체를 만들며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KBS와 MBC가 정상화되면 지난 10년간 잠재워야 했던 역량과 ‘영상’을 무기로 디지털뉴스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다.

 

외부 환경은 척박하다. 10일자 ‘기자협회보’를 보니, 카카오톡 채널은 아웃링크(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링크)에서 인링크(클릭하면 해당 웹사이트 즉 카톡으로 링크)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선정적 뉴스 범람을 이유로 들었지만 트래픽을 가져가겠다는 속셈”이라고 기자협회보는 전한다. 여러 종이매체들이 기업광고나 포럼 개최, 포털과의 사업제휴(사실상 하청)로 연명한다. 온·오프라인 둘 다 잘해야 하고, 저널리즘 원칙도 지켜야 한다. 사업에도 성공해야 한다. 여러 전통매체들은 이도 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 이 끝은 어디일까?

 

<김종목 모바일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