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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다시 또 언론 개혁!

이번 선거 시기에도 주류 언론들의 왜곡·편파 보도가 극심했다. 정당들은 대선 때와 다르지만 그래도 나름 각종 총선 공약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수막에 쓰인 지역 선심 공약을 제외하고 국회의원 후보나 정당들의 공약을 언론을 통해서 들어보거나 그래서 기억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인물 또는 정책 검증 보도도 찾기 힘들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는 보도도 거의 없었다. 소위 바람직한 선거보도가 없었다.

반면 언론들은 이번에도 북풍 보도, 경마중계식 여론조사 보도, 정치 혐오 조장 보도, 편파 보도 등 예전 선거보도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반복했다. 특히 북풍보도는 심각한 문제였다. 이번에는 개성공단 폐쇄 등 대결 불사를 외치는 남풍이 북풍에 맞바람을 일으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런 위기 상황을 맞이하면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 고려해 냉정하게 실체를 따지고 차분한 대응을 요구해야 마땅했지만 그대로 남풍에 몸을 실었다. 마치 그게 국가를 위하는 것인 양. 하지만 이는 국민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권력의 요구에 부응하는 위험한 태도였다.

혹자는 그래도 이제는 이런 언론의 편파보도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위대한 결단’을 보였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권이 몇 년 동안 벌였던 실정만을 놓고 보면 이번 선거 결과도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권 일부에서 새누리당이 90여석밖에 못 얻을 수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결코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지상파 3사 내부에서 본 총선보도 문제점_경향DB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이 분열하면서 선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매우 의외이고 그것을 아쉽다고 한다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이 왜곡·편파보도로 선거판을 오염시키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애초 비관적인 전망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사 백번 양보해서 언론이 선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감시견으로서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해야 할 언론들이 지금 같은 보도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이제 언론은 변해야 한다. 사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그렇다. 사실 전통적인 매체들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다. 수용자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본방사수’라는 말은 이미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신문들만이 아니라 방송도 위기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수용자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길이 다변화하고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로 옮아가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언론들이 위기에 처한 것을 이런 기술 변화와 이에 따른 양식의 변화만으로 설명하는 것 또한 외눈박이 인식일 수 있다. 다수의 수용자 특히 젊은 수용자들이 전통적인 매체의 존재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수용자들이 전통적인 매체를 떠나고 있는 것은 이들 매체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언론이 다 같이 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위 주류 언론이고 선도적인 언론들이 변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공영언론들이 변해야 한다. 그들의 변화만으로도 시민들이 언론의 존재 필요성을 재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새누리당은 침묵했다 하더라도 야3당이 총선 시기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종편에 이르기까지 개혁 공약을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야3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정치적 중립 보장 등을 주장했다. 사실 이미 왜곡된 방송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혁할 수 있는 안들은 많이 나와 있다. 19대 국회에서 법안으로 제시된 바도 있다. 더불어 종편의 편법적 특혜 폐지도 주장했다. 뉴스를 다루는 종편에 대한 규제를 지상파와 동일하게 하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주장도 있다. 백종문 녹취록 파문에서 본 것과 같이 억울한 해직기자의 복직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길이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미 정부의 방송장악을 다루는 국회 청문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모든 의제와 논리가 다 나와 있는 상황에서 관건은 실천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서 새누리당은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다. 권력이 영원하지 않은 한 권력에 경도된 편파적인 언론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로 설득이 가능할까? 첫 번째 장애다. 더 중요한 변수는 야당이다. 그들이 총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까? 변화에 저항하는 언론이 두 번째 장애이고, 그들의 저항에 취약할지도 모르는 야당의 의지가 세 번째 장애이다.

이 모든 장애를 돌파할 힘은 민주주의를 위해 신뢰받는 언론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뜻있는 언론인과 시민들의 실천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개혁의 고리를 풀어나갈 야당이 그들의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는지 감시하고 추동하는 실천 말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경구를 위대한 결단을 한 유권자들이 다시 새길 때다.


김서중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