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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리랑TV 12억 투입한 양방향 방송 실제 참여자 수십명


방석호 사장 재직시절 12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6월 첫 방영된 아리랑TV 쌍방향 프로그램 조인어스코리아의 홍보 웹페이지. 아리랑TV는 지난해 3월 방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조인어스코리아를 “100만명 동시에 접촉한 앱을 기반으로한 방송”이라고 자랑했으나 실제 참여자는 수십명에 불과하다.


호화출장으로 물의를 빚고 물러난 방석호 사장 지시로 아리랑TV가 100만명이 가입한 앱을 통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린다는 취지로 6억원을 들여 추진한 쌍방향 프로그램의 실시간 참여자가 수십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내부심의위원도 당장 하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아리랑TV는 지난해 9월 형식적인 입찰을 거쳐 같은 외주사에 다시 6억원을 주고 제작을 맡겼다. 하지만 방 전사장의 비리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문체부,방송통신위와 금감위,국세청은 무리한 사업지시를 한 방 전사장과 제작진들의 책임을 묻기 보다 거꾸로 내부고발자들의 자료유출만 문제로 삼고 있다.

13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지난해 6월부터 아리랑TV가 총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송하고 있는 쌍방향 퀴즈 프로그램 <조인어스코리아’>Join Us Korea)의 온라인설문 참여자는 평균 160여명에 불과했다. 온라인설문기간(2주간)을 감안하면 하루평균 설문 참여자는 대략 10명정도 안팎에 불과한 셈이다. 녹화당일 실시간 참여자 역시 수십명 수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조인어스코리아> 24회분 라이브 접속 비디오밑에 달린 아이디 숫자는 36개에 불과했다.

아리랑TV 직원들은 <조인어스코리아>의 참담한 흥행실패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쌍방향 플랫폼의 허상을 잘 알고 있지만 방 전사장 지시로 시작된 프로그램 이라는점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아리랑TV는 방 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3월 프로그램 개편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조인어스코리아를 “100만 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방송시스템”이라고 치켜세웠다.아리랑TV의 한 직원은 “방사장 눈치를 보느라 회사간부들이 양방향 프로그램에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었고 조인어스코리아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 녹화때 실시간 참여자로 동원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인어스코리아 경우 시청자들의 저조한 참여도 문제지만 방송내용도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만약 100억원이 있다면 무엇을 할까’ ‘언제, 그리고 왜 첫눈에 반하나’등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취지와 동떨어진 온라인설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녹화를 진행해 내부 심의위원도 도중하차를 주문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즌2 입찰은 <조인어스코리아>의 실상이 철저히 가려진채 진행됐다. 외주제작사인 ㅌ미디어는 자신들과 무관한 EBS 양방향 프로그램의 예상 이용자수(10만명~30만명)를 들먹이며 계속 장미빛 전망만 얘기만 했고 내부 제작진도 여기에 동조했다. 당시 외부 심사위원들은 단순 앱 가입자수가 아니라 실제 참여자수를 알고 싶어했다. 아울러 시즌1제작과정에서 드러난 ㅌ미디어의 콘텐츠 제작능력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조인어스코리아의 총괄PD인 김모 편성팀장은 내부심사위원 자격으로 입찰심사에 참여해 실제 참여자수 등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끝까지 숨겼다. 대신 외주업체가 바뀌면 쌍방향 기획자체가 무산될 것처럼 노골적으로 ‘묻지마 심사’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결국 외부심사위원들은 당초 채점결과까지 고쳐가며 점수를 한쪽에 몰아줄 수 밖에 없었고 ㅌ미디어는 시즌2 사업자로 재선정됐다.

ㅌ미디어 대표 이모씨는 “프로그램 앱을 다운받은 가입자가 시즌1 4000명 수준에서 현재 5000명으로 늘어났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하지만 경향신문 확인결과 실제 온라인설문 참여자(2주누적)는 시즌1 233명에서 시즌2 80명 수준대로떨어져 하루 5~6명이 참여하는 방송이 됐다. 시즌1,2를 합쳐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된 쌍방향 플랫폼 방송이 전세계100만명 실시간 참여자 확보는 고사하고 프로그램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구나 쌍뱡항 플랫폼을 개발한 ㅋ테크는 실시간 접속자 2000명 미만인 경우는 무료로 채널을 개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ㅌ미디어로서는 실시간 참여자가 수십명에 불과해 쌍방향 플랫폼을 이용한 수수료로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ㅌ미디어는 시즌2 입찰에서 쌍방향 플랫폼 기술 사용료를 내세워 경쟁업체보다 7000만원이나 비싼 6억4000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래저래 ㅌ미디어가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양방향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2번씩이나 6억원짜리 대형프로그램 제작을 따내고 아리랑TV가 ‘100만명 동시접속 가능 프로그램’으로 과대홍보한 경위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문체부,방통위,금감위,국세청 등 4개기관이 동원돼 지난달부터 한달 넘게 진행된 특감은 쌍방향 플랫폼 사업과 입찰과정에 대해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입찰과정을 기록한 녹취파일의 유출경위만 추궁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아리랑TV지부 관계자는 “감사반원들이 ‘입찰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왜 녹취파일을 언론사에 공개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느냐’는 식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감결과에 우려를 표시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