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 16일 <8 뉴스>에서 ‘40년만의 수학여행’이라는 제목의 휴일 스케치 기사를 내보냈다.

40년 전 수학여행 당시 교통사고로 동료들을 잃고 수학여행이 중단됐던 서울 인창고 졸업생들의 이야기, 서울고 교정에서 열린 6.25 참전 기념비 제막식, 서울 이화여고의 바자회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참석한 소식, 모 행사장에 참석한 아이들의 김장 담그기 소식 등이 주요 내용이다.

통상 TV 저녁 뉴스의 휴일 스케치는 야외에 나들이 나온 시민 모습을 담는 게 보통이지만, 이날은 여러 고등학교에서 열린 행사가 소개됐다. 휴일 스케치 기준이 바뀐 걸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2일 낸 노보 가운데 공정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서 그 이유가 밝혀졌다. 노보는 ‘휴일 스케치는 민원 스케치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토요일 휴일 스케치를 나가기 전부터 사건팀에는 3가지 민원이 들어왔다”며 “서울고의 6.25 참전 기념비 제막식과 이화여고의 바자회 이야기는 보도국장으로부터, 아이들의 김장 담그기는 사내의 다른 인사로부터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민원의 핵심은 역시 서울고”라며 “(윤세영) 회장님의 모교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울고 소식은 국장의 지시가 있었을 때부터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소식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휴일 스케치에 넣기에는 너무 이상하지 않느냐는 사회부 기자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논의의 방향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라’로 모아졌다”며 “인창고 졸업생들의 수학여행 이야기를 풀다보면 서울고와 이화여고 얘기도 그럭저럭 소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노조는 “휴일스케치가 민원스케치가 돼버린 것은 비단 이번 만이 아니다”며 “언제부터인가 휴일스케치 내용 중 1~2가지는 사내외의 어디로부터인가 하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취재 기자는 ‘오늘 내용 중에 민원은 몇 개구나’라는 것을 관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무 취재분을 마친 뒤 다른 내용을 덧붙이는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민원을 처리하는 창구는 또 있다”며 “오후 5시부터 방송되는 는 <8뉴스>에 처리하기 어려운 유명인의 단순 동정부터 사내 홍보, 각종 행사안내 등 각종 민원들을 ‘퍼레이드 단신’이라는 이름으로 편집부에 넘겨주는 게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렇게 민원성 기사들이 판을 치다 보니, 다른 사람 민원도 들어주는데 회장 모교 소식은 안 되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버젓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학도병 참전 이야기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조명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적 갈등의 여러 현장들이 뉴스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전파를 타지 못하는데 그 길지도 않은 뉴스 시간에 민원성 아이템들은 왜 이리 많은지… 도대체 SBS뉴스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라고 밝혔다.
김종목기자  jomo@khan.co.kr, @jomos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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