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시리즈=====/김정섭의 미디어토크

[미디어스타] ‘밴쿠버의 여신’ 박은경이 쓰는 ‘비법’

· 방송 5분전 특별 관리로 생기 충전

SBS의 스타 아나운서 박은경(34)은 늘 깜찍한 미소와 밝고 상큼한 에너지, 뛰어난 자기 연출력을 발휘해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2010년 2월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센스 있고 ‘엣지’ 있는 진행을 보여줘 ‘밴쿠버의 여신’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작 발표회 MC를 맡아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방송인에게 자기 연출 능력이란 각각의 프로그램 장르와 포맷에 맞는 캐릭터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장면과 장면, 상황과 상황에 맞게 즉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은  타고난 성격에다 후천적으로 체득한 감각과 직관이 더해져서 최고조로 발휘된다. 박은경 아나운서의 자기 연출력이 시청자들의 반응과 어우러져 ‘폭발’한 것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약 4년간 진행한 SBS <오늘의 스포츠>(평일 오후 8시40분)에서부터다.

 

                                                    ▲ SBS 박은경 아나운서 ⓒ SBS제공 


갸름한 얼굴선과 애교스럽고 섹시한 목소리, 세련된 패션 감각이 어우러진 생기발랄한 스타일로 프로야구 소식 등 생생한 스포츠 정보를 매일매일 전하면서 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여 많은 팬들이 생겨났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상종가였다. 팬 가운데 한명인 당시 청소년 축구 국가 대표 팀의 한 선수가 그의 ‘상큼 모드’에 반한 나머지 한동안 속을 끓였단다. 나중에서야 결혼한 것을 알고 우연히 출장길 항공기 안에서 만났을 때 “실망했어요”라고 털어 놓았다고 한다.


활기찬 뉴스 진행 위해 방송 5분 전 음악감상

 “스포츠를 관전하고 직접 즐기는 쾌감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다 보니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밴쿠버의 여신’은 제게 좀 과한 표현이죠. 원래 성격이 아주 쾌활해요. 그러나 생기를 더욱 충전해서 방송에 들어가기 위해 방송시작 5분전 음악 감상 등을 통해 기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특별 관리법’을 구사합니다. 그러다보니 좀 더 매끄럽게 진행을 할 수 있었고 반응도 좋게 나왔습니다.”


2000년 입사한 그는 뉴스, 교양, 오락, 라디오 등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수련했다. <한밤의 TV연예> 리포터에 이어 <게임쇼-즐거운 세상>, <8시 뉴스>의 날씨, <생방송 모닝와이드>, 영화정보 프로그램인 <접속 무비월드> 등을 맡았다. 그의 목소리가 점차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해질 무렵 스포츠 뉴스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밝고 쾌활한 성격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 무렵 방송 문법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시청자들의 취향과 진행자의 스타일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졌다.

 
결국 박은경 아나운서는 단지 7~8분짜리 뉴스 프로그램인 <오늘의 스포츠>를 통해 ‘빵’ 터졌다. 2005년 4월 봄 개편 때 변화를 주기 위해 스포츠 기자가 맡았던 진행자 자리에 그를 캐스팅하면서 시작된 변화였다. SBS의 선택은 절묘했고 결국 적중했다. 그는 스포츠 뉴스를 맡은 후 스포츠를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기위해 틈나는 대로 경기장을 찾았다. 볼링, 골프는 정말 좋아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직접 즐기며 실력을 수준급까지 끌어올렸다.


단정한 아나운서 정형에서 벗어난 파격적 스타일

<오늘의 스포츠>를 통해 인기를 누리던 그는 2008년 11월 출산휴가를 앞두고 뉴스 진행을 잠시 멈췄다. 현재 20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인 그는 휴가에서 복귀한 후 2009년 11월부터 마감뉴스 <나이트 라인>의 스포츠 뉴스 앵커를 맡았다. 아울러 <토요특집 출발 모닝와이드>와 <아이디어 하우 마치(HOW MUCH)!>(매주 목요일 오후 6시30분)의 공동 MC를 맡아 ‘패셔니스타’의 풍모를 뽐내며 한결같이 ‘상큼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진행의 주조를 이루는 쾌활한 성격의 8할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어요. 오빠, 남동생과 함께 놀면서 자라다보니 말괄량이나 ‘여자 허클베리 핀’같은 성격을 갖게 된 거죠. 저는 당시 순정만화보다 <슬램덩크>를 보고, TV에서도 드라마보다는 농구경기를 즐겼어요. 사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제가 남자인줄 알았다니까요.”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 박은경 아나운서는 경남 밀양에서 자란 뒤 서울대 의류학과에 입학했다. 배우 김태희의 학과 선배다. 어릴 때부터 이공계와 친숙했기 때문에 대학 때만 해도 섬유소재 등과 관련된 과학자를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졸업 후 곧바로 시집을 가길 원했다. 아버지가 은행원이었고, 집안 분위기가 매우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대학 4학년 때 친구를 만나러 학과 사무실에 갔다가 운명이 바뀌었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어느 방송사 아나운서 모집 공고를 보고 도전했다. 단지 호기심 때문이었다.

운 좋게 서류전형과 두 차례의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해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 결과는 낙방. 그는 ‘준비 없이 이렇게 도전해서는 안 되겠구나, 더 많이 공부해서 지원해야 겠구나’라고 생각을 정리한 뒤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우리말 표현, 발성법 등 기본기를 익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실패 끝에 이듬해인 2000년 SBS에 입사했다.

당시 박은경 아나운서의 합격은 본인의 표현대로 ‘파격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사들이 추구했던 아나운서의 전형은 단정한 외모에 단발이나 커트로 잘 정리된 머리 스타일, 옥구슬 같은 표준 발음과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세고 꺾이는 느낌이라 이런 정형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박은경 아나운서가 이런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방송사에 입사하기까지 가장 큰 의지가 된 사람은 친오빠였다. 친오빠는 어린 시절부터 언론인의 꿈을 품고 있었던 터라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었고 포기하지 않게 격려하는 ‘멘토’가 돼 주었다. 결국 동생과 오빠 모두 꿈을 이뤘다. 오빠는 동아일보 박형준 기자. 아울러 박은경 아나운서가 입사 동기인 이명우 드라마 PD와 사내 결혼을 하고, 오빠는 한겨레 출신인 KBS 윤진 기자를 아내로 맞이해 단숨에 ‘언론인 집안’이 되기도 했다.


밝고 역동성 있게 뉴스 전달하는 앵커 꿈 꿔

‘밴쿠버의 여신’으로 불리는 그에게도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방송 생활 10년 동안 정체절명의 위기가 있었고 적잖이 마음고생도 했다. 아나운서 초년시절 <생방송 모닝와이드>를 진행하기 위해 고양시 일산 집에서 새벽에 출근하던 길. 행주대교에서 앞지르기 차량을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말았다. 정신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채 병원으로 실려 갔다. 죽는 줄로만 알았다. 다행히 깨어나 보니 크게 다친 데가 없어 얼마 뒤 퇴원했다. 그런 ‘악몽’ 때문에 운전을 많이 하는 부담을 줄이려고 직장과 가까운 서울로 이사했다.

또 한 가지는 ‘짧은 의상’ 논란. 네티즌에게 지나친 시선을 받아 한때 마음이 아프고 울적했다. 하지만 ‘프로’로서 세세한 것까지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무거운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졌다.

박은경 아나운서는 ‘반짝’하는 열광보다는 오랫동안 꾸준히 신뢰와 사랑을 받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밝고 역동성 있게 전달하는 종합뉴스 진행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MBC의 주말 <뉴스데스크>가 최일구 앵커 기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박 아나운서가 경쟁 프로그램인 SBS 주말 <8시뉴스> 진행자 감으로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 선택은 SBS에 달려 있다. 그가 가진 긍정의 에너지를 뉴스로 활짝 꽃피우게 할 혜안이 있다면 과감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