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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미디어 세상]우리의 하루는 몇 시간일까?

하루는 더 이상 24시간이 아니다. 모바일은 시간의 개념마저 바꾼다. 스마트폰의 진화는 무한으로 가는 열차를 탄다. 스티브 잡스가 좋아했다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를 꿈꾸며’가 현실이 되는 것 같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모든 사소한 것이 위대한 것이 되고 모든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 스마트폰은 무한과 악수하며 시공간을 초월한다. 학생들에게 묻는다. “스마트폰 없이 10일을 살 수 있겠냐”고. 거의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데이터를 펼치면 하루는 31시간이다. 머지않아 하루가 이틀이 될 것이고 시간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다. 멀티태스킹이 일상이 됐다. 코바코가 발표한 ‘2015 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 5000명 가운데 31%가 TV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을 본다고 응답했다. 20대는 절반가량이 그랬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IT 콘퍼런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하루 31시간을 살고 있다고 한다. 비디오시청에 5시간18분, 오디오시청에 3시간39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시간27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의 확장을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미디어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10명 가운데 9명은 모바일로 접속한다. 모바일 광고시장의 성장 속도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빠르다. 모바일 미디어는 멀티태스킹의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삶의 변화를 이끄는 진지다. 삶의 변화가 미디어의 변화를 압박한다. 그런데 미디어 소비자들의 변화 속도는 빠르고 공급자들의 속도는 느리다. 앨빈 토플러의 말을 변용하면 소비자의 속도는 100마일인데 공급자의 속도는 1마일인 셈이다. 언론사가 거대한 몸을 움직여 조금 변화하면 세상은 이미 저만치 더 달라져 있다.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과 페이스북 아이콘_AP연합뉴스


마감을 끝내고 한숨을 돌리기도 두렵다는 짐 에이브럼스 뉴욕타임스 전 편집국장의 한탄은 엄살이 아니다. 혁신이라는 슬로건도 이미 낡았다. 혁명의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 모멘텀은 이런 모든 양적 속도를 질적 속도로 급격히 전환시킬 것이다. 다보스포럼의 4차산업 혁명 선언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더 빨리 수집할 것인가. 모바일 시대는 모든 것을 데이터화한다. 이것의 의미는 시간의 확장 이상으로 중요하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미디어 산업이 미래를 미래라고 생각하는 순간 미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긴급성’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할 베리언과 마틴 플레밍이라는 구글과 IB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으로 쓴 글이다. 부제가 ‘미래 예측의 미래는 현재 예측’이다. 경제활동을 예측하는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미국에서 분기마다 1개월 늦게 발표된다. 발표 이후 몇 달 동안 두 차례 수정된다.

1975년 이후 미국의 평균성장률은 2.8%였지만 첫 발표 수정치의 평균은 0.54%였다고 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부정확한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을 둬 미래를 예측해 왔던 셈이다.

월마트나 페덱스 같은 회사는 다르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금융시장의 데이터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수집된다. 매사추세츠 공대의 물가 프로젝트는 온라인 물가 데이터에 기반을 둬 실시간으로 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리얼타임 데이터는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다.

한국의 미디어산업 관련 통계는 대부분 연간 단위로 집계된다. 그것에 기반을 둬 미래를 예측하는 논문들이 생산된다. 세상은 벌써 놀랍게 변화해 있는데, 독자들은 거의 2년 전 데이터를 보게 된다. 적시성이 떨어지는 데이터는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 대부분 거대한 데이터들이다. 빅데이터의 본질은 크기가 아니다. 오히려 작을수록 더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과학자들이 빅데이터의 본질이 크기보다 속도라는 데 동의한다. 크기와 완결성이 아니라 속도와 반응성이 핵심인 셈이다.

필립 K. 딕 원작 영화인 <넥스트>엔 미래를 예측하는 영웅이 나온다. 주인공 니컬러스 케이지의 무기는 오직 예지 능력이다. 그는 단지 2분 앞의 미래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예지 능력에서 10년 후의 미래를 보는 것과 2분 앞의 미래를 보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현실적이고 강력할까.

<빅데이터의 다음 단계는 예측분석이다>의 저자 에릭 시겔은 “지난 10~15년 동안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 위대한 혁명은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그것은 보편성의 추구로부터 다양성의 이해로 옮겨간 것”이라고 했다. 작은 데이터들에서 변화의 동력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곧 미래로 가는 첫걸음이다. 자, 이제 하루를 수치화해 보자. 당신의 하루는 몇 시간인가?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