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한 지 몇 년째인데, 아직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게 있다. 애플이 제작한 드라마다. 도대체 스필버그나 샤말란이 감독한다던 시리즈는 언제 나오나. 리즈 위더스푼이나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한다던 연속극은 어떻게 됐나. 아시모프의 원작인 <파운데이션>을 각색해서 10부작으로 제작한다는 소문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대조적으로 애플 단말기에 등장한 지 3년이 지났건만 모두가 심드렁하게 취급하는 서비스가 있다. 애플 뉴스다. 애플 단말기에 있는 둥 없는 둥 심심히 뉴스를 깔아준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실은 심각한 뉴스 플랫폼이며, 그것도 미래 언론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는 서비스라는 견해를 소개했다. 애플 간부의 말을 인용한 견해라서 좀 그렇지만 말이다.

 

애플 뉴스에는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뉴스를 편집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전략가와 엔지니어의 교육을 받는 기계를 앞세워 뉴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애플은 반대로 가고 있다.

 

애플 뉴스의 편집국장 로렌 커른, 그는 전쟁터와 같은 뉴욕의 잡지계에서 15년을 갈고 닦다가 작년 6월 애플 뉴스 책임자로 영전했다. 그가 지휘하는 약 30명의 동료는 대부분 뉴욕타임스와 CNN 등 언론사로부터 자리를 옮긴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매일 약 100개에서 200개 이상의 기사를 살펴서, 그중 5개를 골라 애플 뉴스의 톱으로 올린다. 2개를 골라 애플 단말기로 직접 푸시한다. 커른 덕분일까. 애플 뉴스에는 충격적인 뉴스가 별로 없다. 더러운 뉴스도 없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알고리듬이 걸러내지 못하는, 이른바 ‘가짜뉴스’도 거의 없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애플 뉴스는 지난 8월 잭슨빌 총기 살인사건이 테러 집단에 속한 자의 증오 때문에 발생했다는 오보를 피할 수 있었다. 선정성을 배격하고, 다소 늦어도 사실과 가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믿었던 편집장 덕분이었다고 한다.

 

애플 뉴스는 확실히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경쟁사의 뉴스 서비스에 비해 사고가 적다. 편집진이 직접 기사를 읽어서 좋은 기사는 올리고, 나쁜 기사는 뽑아내기 때문이다.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 왜 그 기사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오랫동안 국내 포털이 뉴스 편집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편집국장을 모시고, 기술과 품성으로 무장한 일류 편집진을 꾸릴 것을 권유해 왔다. 그래야 좋은 뉴스를 선별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저질적인 정치적 시비로부터 포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매크로 조작과 같은 불의의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 있게 대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공론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국내 포털은 줄기차게 뉴스 배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국내 포털은 구글과 페이스북과 달리 1면에 뉴스를 배열하고 그로 인한 파생 서비스를 제공해서 사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날 때마다 뉴스 배열과 관련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뉴스에 대해 책임성을 부정하다보니 주장할 것도 없다. 그래서 ‘무조건 포털이 문제’라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이다. 존경은커녕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네이버 총수의 모습은 보기에도 딱했다. 이해진은 “저희가 편집한 뉴스에” 이용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댓글의 장소가 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덧붙여 매크로 등 교란행위에 대해 네이버는 “기술적으로 근본 대책이 없다”고 증언하고,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빼는 것이 근본 대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관된 대응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결국 포털 사업자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나는 말하지 않겠다. 나는 다만 우리나라 뉴스 이용자의 뉴스 이용경험이 장기적으로 저질화하고 있는데, 포털 뉴스가 일관되게 뉴스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온 게 한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포털은 응수하고 싶을 것이다. 저질 뉴스를 만들어 낸 주체는 언론사이고, 저질 댓글을 단 주체는 이용자라고. 과연 그렇다. 그러나 그런 언론과 이용자를 연결해 주면서 돈을 벌어 온 주체는 포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의 뉴스 이용경험이 형편없이 저열화하고 있다. 불공정성과 경향성으로 악명 높은 주류 언론, 클릭이라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인터넷 언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도배질하는 사회세력들이 이 과정에 기여해 왔다. 고품질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포털은 어떤가. 뉴스 이용자들은 이미 신문을 버리고, 텔레비전을 등지며, 해외 플랫폼으로 떠나고 있다. TV조선을 떠나 유튜브로 가고, 한겨레와 경향을 떠나 트위터로 간다. 국내 포털이 다음 차례일지 모른다.

 

<이준웅 |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