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세습을 수용하는 듯한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비판한 경향신문 사설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경향신문 절독을 통지했다. 경향신문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때는 전당 차원에서 절독 운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사설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은 민주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 북한의 가족통치는 사회주의 이념을 배반하고, 사회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결정을 한 김정일 정권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반도 민중의 고통을 덜기 위해 헌신해온 진보세력의 과제”라고 말했다.

 사설은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당 대표자회가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며 “북한은 무조건 감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의 잔재이고, 한국 진보세력이 그렇게 냉전시대에 갇혀 있는 한 냉전적 보수세력의 발호를 차단하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사설은 “진보는 동시대의 모순을 올바로 이해해야 하며, 항상 눈을 부릅 뜨고 시대의 최전선을 지켜야 한다. 북한의 3대 세습 때문에 한국 진보가 다시 몰락해서는 안된다”며 “민노당이 입장을 바꿔 진보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사설에 대해 민노당 울산시당은 지난 4일 경향신문 영남본부장 앞으로 보낸 절독 통지문에서 “민노당은 논평에서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 눈 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며 “경향신문은 이 사설을 내면서 민노당에게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할 것을 종용하고,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 울산시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으로 단정짓고, 자신의 잣대를 상대방을 규정하고 그 잣대에 어긋난다고 하여 ‘종북’이나 ‘냉전 잔재’니 딱지를 붙여, 언론사의 공식 논평으로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하여 우리 시당은 강력한 문제제기를 한다”며 “울산시당은 경향신문을 구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전당적으로 절독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노당 부설 정책연구소 새세상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경향신문 사설을 두고 비이성적 행태라며 비판했다.

 박 부소장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 분석과 전망’이란 제목의 글에서 “경향신문에서는 사설까지 내고 김정은의 군사위 부위원장 선출을 비판하지 않은 민노당을 공격했다”며 “사실 언론들의 이러한 행태는 비이성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아들이 후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단 한가지의 논리만을 절대화하고, 그것을 절대화하지 않는 모든 행위들을 친북,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이 도대체 이성적 접근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부소장은 “이러한 비이성적 행태가 이번 북한 대표자회를 차분히 분석 평가하고,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협력, 남북 통일과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올바른 대응 방향을 찾는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또 우리 사회의 지성, 건강하고 이성적 토론과 논쟁을 마비시켜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부소장은 “김정은 선출 과정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나름대로 독특한 후계자론을 갖고 있다. 북한의 정치이론과 북한 체제 옹호이론으로서 후계자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험을 놓고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내부 문제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려는 태도는 6·15, 10·4 선언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남북대결을 부추겨 한반도 평화에도 매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일부 언론에서는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우리 국민들의 ‘평화로운 삶’에는 일언반구의 관심도 없는 반민중적 태도”라고 말했다.

 “체제 인정과 존중의 원칙이란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견지하는 조건에서 그것을 뛰어넘어 상대방의 체제와 제도, 이념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라며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기초해서 대화와 협력노선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민노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을 7일 경향신문 홈페이지인 경향닷컴 ‘오피니언 X’에 올렸다.

 이 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3대 세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 사람은 우리와 달리, 봉건적 통치 체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 대한 대단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기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세습을 당연시 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이니, 보편적 기준으로 평가해서 안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은 또 “내정간섭 배제 논리는 국가의 권위는 절대적이어서 그 국가가 시민과 어떤 관계를 맺든, 국가가 시민들을 어떻게 학대하든 외부세계는 절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이자 국가 주권을 절대시 하는 위험한 사고”라며 “자기 시민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 비도인주의적 행태, 반인권적 국가에 대해 누구나 어떤 외부인이든 인간이라는 자격으로, 인류라는 동류의식으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하고 지적하고 시정을 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부시정권, 일본의 자민당 정권, 이스라엘 정권에 대해 인권과 민주주의 혹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내걸고 내정간섭을 하지 않았는지 한번 자료를 검토해 보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은 “평소 북한에 대해서만은 그렇게 정통하고 잘 아는 것처럼 말하다가도 북한에 관한 부정적 소식만 나오면 갑자기 알 수가 없다고 불가지론을 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북한의 지배세력은 그렇게 보호받아야 할 특별한 존재인가. 자질이 있건 없건 수령이 차기 수령을 자기 아들로 지명하는 것으로 후계자가 결정되는 일을 어떻게 세습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은 “3대 세습을 보는 관점은 두 가지인데, 도덕적 판단과 정책적 판단”이라며 “3대 세습에 대해 묻는다면 도덕적 질문을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대화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정책적 판단이란 전혀 다른 차원의 논점을 들고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3대 세습이 나쁘다고 해도 당연히 대화를 해야 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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