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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사설]방송농단 주범 방문진, MBC 사장공모 중단하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차기 사장 후보 공모에 나섰지만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방문진은 안광한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됨에 따라 오는 23일 임시 주총을 열어 차기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농단의 주범인 방문진은 차기 사장을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방문진과 MBC 경영진은 지난 5년간 정권 비판보도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했던 기자와 PD들을 내쫓는 등 공영방송 파괴 행위를 일삼아왔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박근혜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를 처참하게 추락시킨 책임을 지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할 방문진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기 사장을 선출하려는 것은 시청자와 MBC 구성원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방송법·방문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차기 사장 선임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송법·방문진법 개정안은 여야 추천 6 대 3 비율이었던 이사회 구성을 7 대 6으로 바꾸고, 사장 임명 시에는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또 법안 처리 후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을 3개월 이내에 교체한다는 내용도 있어 방문진이 이달 말 차기 사장을 선임하더라도 ‘시한부 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방문진이 차기 사장 선출을 강행하려는 것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편파방송을 하겠다는 의도로 의심받고 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차기 사장 선출과 관련해 “정치일정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대규모 촛불집회에 시민은 거의 없었다” “애국시민들은 MBC만을 보고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그가 독립성을 입에 올리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지난해 말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2%대까지 떨어진 MBC는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해 공정방송으로 거듭나야 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방문진은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MBC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도 방송법·방문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게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따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