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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KBS ‘국영방송화’하려는 새누리당 제정신인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온갖 병증(病症) 가운데 하나가 바로 KBS의 뒤틀린 모습이었다. 공영방송이라는 간판을 달고는 있지만 청와대로 상징되는 정치권력의 직간접적인 통제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은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우연히 이 사건을 통해 그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이다. 청와대의 개입으로 KBS가 참사를 계속 왜곡보도하자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에 들어갔고, 기자·PD들의 파업과 보도국장 사퇴, 사장 해임 등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사장과 보도국장 사퇴를 주도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KBS의 인사와 보도제작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KBS를 아예 ‘국영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 158명 중 155명이 지난 1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현행 공운법 6조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으로 KBS와 EBS를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관을 따로 명시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KBS와 EBS는 ‘그 밖에 자율·책임경영이 필요한 기관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해당돼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공공기관의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 운운하며 둘러대고 있지만 소가 웃을 일이다. K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보도제작·예산·인사·조직은 물론 기관의 통폐합과 기능조정, 심지어 해산까지 정부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국영방송’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장 임명도 대통령이 추천하는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우스꽝스러운 구조가 된다. 한마디로 KBS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자행하겠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KBS 기자들은 기자총회를 열어 세월호에 대한 오보 보도와 공영방송의 독립성·공정성 문제를 논의하였다. (출처 : 경향DB)


새누리당은 KBS를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쯤으로 통제하려는 반민주적 공운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방송장악을 할 의사도 없으며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새누리당이 끝내 법안 통과를 시도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의 명운을 걸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 종편에 선거광고방송을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경우처럼 이번 공운법 개정안에도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제1야당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