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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수능 D-30의 단상 - 입시 제도 변화의 꿈

옴부즈만칼럼/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전 30일을 맞아 경향신문은 10월 18일자 1면에 부모의 소득에 따라 학생들의 장래희망도 달라진다는 조사결과를 실었고, 4면에는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을 좌담형식으로 실었다. 10월 19일자에서는 ‘수능 D-30 공부전략’과 ‘진로를 정할 때 간판보다 적성을 생각하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체로 수능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반영하면서 경향신문의 관점을 잘 드러낸 기사배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쏠려있을 때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충과 제안을 취합해서 보여주고, 대학입시와 사교육비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슈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학입시문제는 건드릴수록 커지는 혹과 같다. 교육열이 세계적이고 일자리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아무리 대학입시제도를 바꾸어봐야 과당경쟁은 막을 수가 없고 오히려 사교육비만 늘린다. 이런 과당경쟁하에서는 가능하면 입시제도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 불필요한 에너지소모를 줄이는 길이다. 이제 수능과 내신으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수시모집비율이 50%를 넘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저학력기준이다, 우선선발이다 해서 결국은 수능점수가 결정적이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수시준비를 위해 이런저런 비교과를 챙겨야만 하고, 이런 비교과를 챙길 수 있는 부모의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 차별이 생기게 되며, 비교과를 위한 사교육은 학년이 내려갈수록 점점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수능과 내신으로 단순화하되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수능당일의 컨디션과 난이도가 요행이 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10월과 11월에 세차례 수능을 보고, 그 중에서 두 개만 반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마다 10% 이내의 범위내에서 진정한 의미의 특기전형을 만들고 입학사정관이 제대로 검토해서 특기자를 뽑도록 한다면(지금은 입학사정관이 그 수많은 서류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능과 내신으로 포괄할 수 없는 특기와 적성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입 수능 100일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배화여고 학생들이 무더위 속에 보충수업을 들으며 수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비는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핵심문제라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10월 19일자에서 사이버가정학습을 소개하였고, 특색 있는 대안학교들을 소개하였다. 또한 보조교사 지원, 위기학생 지원센터, 교육과정 특성화 등이 포함된 경기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사업이 기초지자체들간에 인기가 뜨겁다는 기사를 실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대안으로서 참조할 만한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사교육비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학교에서의 수업이 무의미한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우선 학습부진학생이 있다. 대체로 중학교 1-2학년쯤에 학습격차가 본격적으로 나타났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일제고사가 시행되고 나서는 초등학교 5-6학년으로 앞당겨졌다고 한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3-40명을 상대로 일반적인 강의를 진행하는 학교수업방식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학교수업보다 학원에 전념하고 있다. 학교수업을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평준화해제와 우열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미 평준화해제와 우열반이 사교육을 더 늘리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의 수업을 15명 정도의 맞춤형 수업으로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현재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은 중학교의 경우 19명이고, 고등학교의 경우 16명 정도이므로 교사숫자가 적어서 못할 것은 아니다. 교사의 절반 정도가 담임을 맡지 않고 있어서 서로 담임을 맡지 않으려고 한다는데, 전체 교사가 담임을 맡으면 고등학교의 경우 한 반에 16명이 되고 담임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한 반에 16명이 되면 얼마든지 1대 1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교실 확보와 교사의 수업시수문제도 급격하게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학습부진학생들을 위해 보조교사를 충분히 활용하면 교사들의 수업부담은 반감되고 학습부진학생들의 수업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6000억이 있으면 40만명(전체학생의 5%)의 학습부진학생에게 보조교사를 붙여줄 수 있고, 4만명의 보조교사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허망한 꿈이 아니다. 교사중심, 성적우수학생 중심의 생각틀을 벗어나서 학생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교육비부담에 허리가 휘는 서민중산층가정을 생각한다면 얽힌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수언론들이 사교육경쟁을 부추기면서 자사의 교육관련상품판촉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정한 제3자로서 자격을 갖춘 경향신문이 800만 초중고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을 비롯해서 온국민이 괴로워하고 있는 대학입시문제와 사교육비문제에 대해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이슈화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