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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종편, 왜 헌재 결정 이후여야 하는가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송도균 상임위원 형태근 상임위원은 '불법에 불법을 더 하는 의사결정'인 '선정공고' 일정을 의결하는데 더욱 더 신중해야 한다. 최시중위원장 등이 그 동안 주장해 헌재 결정과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의 승인 절차 진행은 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누이 밝혔던 바, 방송법과 신문법에 위법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헌재 결정이 있었고, 다시 한 번 국회의장이 이런 위법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 있음에 대한 책임여부를 헌재가 결정하기 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되돌이킬 수 없는 '승인절차'를 강행한다면 이는 심각한 국가적 갈등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상임위원 5인 중 2명이 헌재 결정이후에 승인절차 중 '선정공고'를 하자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3명의 청와대와 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강행했을 경우,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심각한 분열을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항의로 발생할 국정파행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할 것이다.

왜 헌재 결정 이후에 해야 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원론적인 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해 10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결정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선고했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09. 7. 22. 15:35경 개의된 제2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 및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헌법재판소법 제 67조 제1항이 부여한 기속력에 의거, 야당인 청구인들은 방송법과 신문법 등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한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기속력이란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자기가 한 재판이나 처분에 스스로 구속되어 자유롭게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을 말한다.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문방위 국감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종편 연내 처리 방침을 밝혔다. 김정근기자

국회의장에게는 당시 청구인인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외 88인에게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헌재 결정의 효력 및 기속력을 부인하고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분쟁이 야기된 것이다.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진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피청구인이 헌재 결정에 의해 청구인들에게 각 법률안 심의표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할 의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헌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이 규정한 부작위(不作爲)에 해당된다. 부작위란 헌법 또는 법률상의 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작위 소송이란 국회가 그 대표자인 국회의장이 행한 권한침해를 제거해야 하는 협력의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라고 결정한 바인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을 제거하여 청구인들에게 심의표결권 행사를 보장해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했음에도 국회의장이 거부하고 있다는 게 헌재가 가려내야 할 부작위 소송의 핵심이다.

부작위 소송까지 갈 문제가 아니었다. 국회의장은 원칙적으로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다면 청구인들에게 실질적인 심의표결권의 행사를 보장하는 절차를 취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회의장은 위법한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하는 선언을 해야 했다. 또한 국회의장은 회의를 열어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결선포된 신문법 및 방송법에 내재된 위헌 위법성을 제거하고 재입법 절차를 취해야 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하지 않아, 결국에 부작위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이다. 헌재가 청구인이 제기한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인용결정’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따라 국회의장이 야기한 기존의 위헌ㆍ위법상태를 제거하여 합헌ㆍ합법적 상태를 회복하는 절차, 즉 개정 전의 심의·표결을 위한 재입법 절차로 복귀하게 된다.

결국 현재 불법적 절차에 의해 통과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송법은 무효가 되고 이 법에 따라 진행 중인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 절차 또한 원천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것이 '절차는 불법이되, 효력은 무효가 아니다'는 미디어법과 그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의 선정공고가 헌재의 결정 이후로 미뤄져야 하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헌재 결정 이전에 종편채널 및 보도채널 승인을 위한 선정공고 절차를 밟는 것은 현재로선 불법에 불법을 더하는 결과 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