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수험생
 
수능시험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맘때 가장 조마조마한 사람들은 수험생 본인들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학부모들 애간장도 타들어갑니다. 그런데 수능 수험생 이상으로 올 연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가슴을 졸이는 분들이 또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종편 선정 관련 방통위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분들인데요.

2008년 초 새학기를 맞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후 ‘종합편성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 3년간 열심히 땀을 흘려온 수험생들이 있지요. 그런데 이 수험생들의 처지가 영 딱해 보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미디어 업계를 잘 아는 어느 인사가 그러더군요.

“그나마 11월 수능시험을 볼 학생들은 시험과목이나 출제방향이라도 정해졌는데 종편 수험생들은 시험날짜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시험요강도 나와 있지 않으니 얼마나 갑갑하겠어”.


그 분은 종편 시험을 치를 수험생들의 제 각각 처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먼저 신문업계에서 내신 1등급을 받고 있는 ‘A일보’는 종전의 관례를 무시한 시험요강의 급격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는 군요. 말하자면 신문에서 내신1등급을 받은 학생이 방송진출을 위한 대입시험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내신반영률(신문사 경영실적)을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지난 8월말 출제기관(방통위)이 내신성적보다는 향후 수학능력(방송사 경영능력)테스트 위주로 출제를 하겠다고 하자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며 제일 극렬하게 반대한 것도 A일보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모의 재정적 능력이 튼튼한 B일보는 ‘우리는 대입시험이 어떻게 출제되든 사교육만 믿는다’며 막판 ‘고액과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는 군요.
이미 B일보 부모님은 자식의 방송 진출을 위해 1500억원까지 쓰겠다고 하셨고 케이블학원에서 실제로 방송에 대비해 가장 열심히 사교육을 시켜오셨죠.

이들과 달리 C일보는 겉으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속내를 알기 어렵다는 군요. 하지만 C일보 경우 ‘출제위원장이 삼촌인데 설마 우리한테 불리하게 시험을 내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유력하다는 군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C일보에 재직하다가 지금은 종편 출제위원장이 되신분께서 들으시면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종합반(종합지)’이 아니라 ‘단과반(경제지)’출신 수험생이 2명 더 있는데요.

이들은 ‘최종 선발단계로 가면 어차피 종합반 학생들만 다 뽑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지역균형선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합니다. 내신성적도 사교육도 종합반 학생들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불리한 여건이 지역균형선발 요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술자리에서 농반으로 오고간 얘기입니다. 정색하고 귀담아 들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중동의 자본금과 재무건전성 함수관계

‘종편 수험생’ 비유가 잘 와닿지 않는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미디어쪽 관심 있는 분들 빼고는 종편을 자세히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이나 수신료 인상 같은 문제에 비해 관심도 덜한 것 같고요. 저도 부족한 지식이지만 설명을 더 드리면, 종편 수험생은 현재 종편 진출을 준비중인 조중동, 매경, 한경을 비유한 것입니다. 이미 매치를 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최근 방통위는 종편 선정 방식을 절대평가로 하고, 최소 자본금을 30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5000억원을 상한선으로 두고 3000억원에서 추가로 더 자본금을 마련하면 점수를 더 주겠다고 결정을 내렸지요.

 
조선일보는 자본금을 높게 잡는 데 비판적이었습니다. 신문업계에서는 중앙이 5000억원, 동아가 4000억원 규모의 컨소시엄 구성을 마쳤지만, 조선은 3274억원(2009년말)의 사내 유보금 보유에도 신문사 돈을 종편에 무작정 투자하는 데 거부감과 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위험부담(돈)을 줄이고 진출하려는 거겠지요. 재무건전성이 중앙, 동아에 비해 좋아 그간 컨소시엄 주요 주주들의 재무건전성 배점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해왔습니다.

중앙일보는 방통위 결정 이전부터 3000억원의 자본금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말해왔습니다. 동아일보는 방송광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사업자의 과다선정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과다선정이 문제 있다는 건, 우리 말고는 추가로 선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들리지요?

 
매경은 자본금 3000억원을 시장 상황에 맞게 2000억~4000억원 선에서 융통성을 줘야한다고 해왔구요. 한국경제는 다수사업자가 난립하면 낭비라며 1개 채널만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다른 언론사에 비해 객관적인 조건이 딸리는데 1개(1위)를 주장하고 있어요.
 




#종편 너 누구냐? 특별대우 수험생

 
종편은 ‘종합편성채널’의 약자입니다. 지금 케이블 TV 채널은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등 전문 장르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면 다큐 위주로 편성하고 방송해야 하지요.
종편은 보도 교양 드라마 오락 장르를 아울러 내보낼 수 있습니다. 쉽게 지상파 프로그램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지상파와는 다른 점이 더 많습니다. 종편도 케이블 TV이기 때문에 24시간 방송할 수 있습니다. 중간 광고도 할 수 있습니다.  종편 진출 업체들이 정부쪽에 요구하고 있는 의무전송채널도 특혜 여지가 많습니다.

의무전송? 무슨 말이지? 했습니다.

지금 유료방송 플랫폼이 종편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채널이라는 거죠. KBS와 EBS가 의무전송채널입니다. 케이블TV협회가 내일(10월1일)부터 지상파의 광고송출중단을 예고했는데, 대상은 KBS2, MBC, SBS입니다.
내일 실제 광고송출중단이 되어도(KBS1은 광고가 없습니다) EBS는 광고시간대 검정화면 대신 정상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따로 송출 시설을 갖추지 않고 1500만 케이블 가입자한테 거저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거지요.

종편은 오락프로그램을 50% 이내까지 편성할 수 있습니다.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은 아시다시피 오락과 드라마이지만 무한정 편성할 수 없게끔 묶여 있습니다. 종편은 광고가 많이 붙는 오락프로그램을 지상파보다 많이 편성할 수 있죠.
역으로, 자체 제작해야 하는 프로그램 비율이 낮습니다. 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위원과 인터뷰를 했는데, 종편 추진업체들이 일본 오락프로그램을 추가 개방하기 위해 뛰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특혜 이야기를 더하면,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의료, 생수, 결혼중개업 등에 대한 TV 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천억원대의 광고물량이 예상되는 TV 의료광고의 경우 케이블에만 우선 허용할 방침이었죠. 케이블 TV인 종편이 수천억원대 신규 광고 물량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아까 종편 수험생 비유에 다시 빗대자면, 성적(시청률) 경쟁에서 특별 과외(특혜)를 받는 사립학교(케이블 tv) 특별학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편 방송 CJD?
 
지금 종편 추진 사업자들이 요구하거나 정부가 준비중인 이런 저런 특혜들이 실현되면 어떤 채널이 나올까요.

가상으로 짧게 풀어보면, 황금시간대인 8시30분쯤 9번(KBS1)을 보던 홍길동씨는 리모콘으로 바로 옆 채널인 10번을 돌립니다. CJD 방송 화면에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어 보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CJD가 수입한 일본 오락 프로그램인데, 화면 아래로 한국어 자막이 흘러나옵니다. 일본 연예인들의 가학적인 개그를 보던 중 정력적인 외모의 배우가 선전하는 ‘비아그라(전문의약품)’ 광고가 나옵니다. 일본 오락프로그램 다음은 미국의 최신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최근 명품녀 논란 등 한국 케이블 오락 프로그램 선정성은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상파도 온가족이 보기엔 민망한 장면들을 종종 내보내 문제가 되곤 한 걸 기억하실겁니다.

 
타이완은 종편 도입 뒤 한국, 미국, 일본의 연예, 드라마로 도배되면서, 정작 대만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과 대만 출신 감독, 배우 씨가 말랐다고 합니다. 곧잘 거론되는 반면교사 사례입니다.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의 가슴 크기를 손으로 재는 일본 오락프로그램의 한 장면. 방통위 양문석 위원은 업체와 정부 안팎에서 일본 오락프로 추가 개방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락 프로 추가 개방이 이뤄지면, 시청률 경쟁 속에서 엽기 일본 오락프로그램까지 화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