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정보+보도자료

[KBS성명] 권력에 잡힌 KBS, 거꾸로 흐른 3년

KBS 새노조가 '8.8 사태' 3주년을 맞이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008년 8월 8일은 KBS 이사회가 제청한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해임안이 의결된 날입니다.
  

권력에 잡힌 KBS, 거꾸로 흐른 3년
-8.8 사태 3주년을 맞이하여-

 
‘도청 의혹’, ‘수신료 올인’, ‘친일 방송’, ‘정권 편파․왜곡’…. 작금의 KBS 상황을 규정짓는 말들이다. 지난 2008년 정권이 교체된 이후 2명의 KBS 사장에 잇따라 부임한 지 3년 만에 나타난 결과다.

이런 말을 제외하면 KBS를 두고 긍정적인 말을 찾기 힘든 것이 KBS의 현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가 문제일까? 지난 3년 동안 KBS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금의 모든 잘못과 문제는 3년 전 오늘 잉태됐다. 특정 정파와 집권 세력의 사주에 의해 공영방송 KBS가 수백명 경찰의 군홧발에 유린당한 8월8일, 참담한 상황은 예견됐다.

법원으로부터 불법을 판정받은 이사회의 불법적 기도에서 비롯됐다. 혹자는 KBS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따진다. 그렇게 억지 쓰는 이들을 위해 짧게나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자.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쌈’ 등 현실 비판 프로그램 폐지.

▷‘원전 수출’ 등 관제 홍보/ ‘이병철 생일 기념 열린음악회 기획’

▷MB 확성기 자원한 ‘대통령 주례연설 라디오 방송’.

▷<천안함>,<4대강>등 권력 비판 프로그램의 불방 압력과 일방적 방송 취소.

▷<국군돕기 발열조끼 성금>,<천안함 희생자 성금> 등 각종 관제, 계도 프로 그램 양산.

▷공직(후보)자, 정치권력 감시를 포기한 KBS 뉴스.

▷과도한 대통령 동정‧홍보 보도.

 
3년 전의 KBS도 지금과 같았나? 그때도 취재진이 취재 현장에도 접근하지 못한 채 누런 소 드러누운 논두렁에서 방송을 해야 했을까? 현장 취재를 나간 기자와 PD들이 취재 대상자들로부터 욕설, 따귀, 주먹질을 당한 적이 있었나?

결코 아니다. 적어도 취재와 제작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율성이 보장됐다. 굳이 자기검열을 할 필요가 없었고, 합리적 이유없이 방송 불가를 통보 받은 적도 없었다.


지난 3년 모든 것은 거꾸로 흘렀다. 집권 세력은 시대를 거스르다 못해 이젠 87년 민주화투쟁 이전의 독재 시절로 가려하고 있다. KBS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973년 공사 창립 이후 KBS는 취재와 제작 자율성 확대, 그리고 공정 방송 쟁취를 향해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가는 오랜 여정을 걸어왔지만 이병순‧김인규 두 사장이 취임한 뒤 KBS는 뒷걸음질 쳤다.

자율과 창의보다는 관리와 통제의 기치로 KBS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다.


지금 KBS는 그 어느 때보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를 제외한 외부의 거의 모든 이들은 KBS를 수신료 현실화라는 자사 이익을 위해 ‘도청’은 물론 ‘정치 공작’도 서슴지 않는 불법 집단으로 낙인하고 있다. 상황은 이토록 엄중하지만 김인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태도는 답답함을 넘어 무능함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 2008년 8월 군홧발로 KBS를 농락한 경찰이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KBS의 명줄을 쥐고 있지만, KBS는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욕도, 능력도 없다는 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2011년 8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