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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방통심의위, 정부의 ‘청부 심의’하고 있다”



ㆍ추적60분 천안함편 또 ‘6대3 징계’
ㆍ언론단체 “차라리 해체하라” 반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에 제재 결정을 내리면서 방통심의위의 정치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언론단체들은 방통심의위가 이명박 정부를 위해 ‘청부 심의’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 참여연대,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진보연대는 지난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는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을 심의라는 이름으로 탄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틀어막고 있다”며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구는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정치 심의’ 논란을 재점화한 결정은 지난 5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17일 방송된 <추적 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이 “시청자들에게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피격’이라는 정부 결론 자체가 오류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방송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를 근거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경고는 방송 재허가 심사때 2점이 감점되는 중징계다.

심의 과정에서 야당 추천위원 3명은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대통령 및 여당 추천 위원 6명은 제재를 주장했다. 2008년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이후 정부 비판 프로그램 심의 때마다 반복돼 온 ‘6 대 3’ 구조가 또 한번 드러난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가 맡고 있던 심의 기능을 분리해 만든 기구로, 대통령과 여당, 야당이 심의위원을 각각 3명씩 추천하다보니 광우병이나 천안함 보도 등 정치적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을 심의할 때마다 표결이 6 대 3으로 나뉘어왔다.

언론 관계자들은 방통심의위가 보도·논평·시사프로그램 등을 제재하는 것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인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현재 구조에서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본질적으로 방송 검열과 다름없다”며 “방통심의위의 제재는 기자나 PD들에게 ‘민감한 문제를 다루면 이렇게 혼쭐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위협 효과를 일으킨다. 언론인들이 비판 보도를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통심의위 심의 대상에서 보도·논평·시사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의사결정 방식을 현행 다수결에서 만장일치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법원이 아닌 기관이 다수결로 옳고 그름을 심판한 뒤 징계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음란물처럼 형법상 명백히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심의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해 제재하는 식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특정 쟁점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징계하게 한다면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외풍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