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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기고]지상파 중간광고, 대책 없는 반대를 반대한다

우리 속담 가운데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궁하고 다급해도 체면 깎일 짓은 하지 않는 허위의식을 조롱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체면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은근히 손가락질하고 흉보는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이 투영된 말이기도 하다.

 

최근 이러한 집단의식이 오늘날 우리나라 방송 업계에서도 현실화되고 있어 씁쓸하다. 지상파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일부 방송 시간이 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2회 연속 편성하고 그 사이에 광고를 짧게 편성하는 것이 여러 매체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속 편성 전략을 반대하는 영역에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꼼수’ 편성이며 심지어 ‘입법 미비’ 상태라고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지상파가 아닌 다른 방송사업자들은 광고의 ‘편성방식’뿐 아니라 ‘중간광고’까지 자유롭게 운영할지라도, 유독 지상파만은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마트미디어의 확산으로 주요 시청층의 영상소비 패턴은 짧고 간결한 방식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또한 중간광고가 일상화되어 있는 해외 대부분의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시작 후 광고가 삽입되기까지 채 30분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렇게 미디어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데, 온갖 규제란 규제에 얽매여 있는 지상파의 경영 환경은 점차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상파 광고비는 2005년 2조4000억원 수준이었다가 2015년 1조9000억원으로 약 5000억원이 감소하더니, 2016년에는 1조6000억원을 기록해 불과 1년 사이 3000억원이 급감했다. 반면 중간광고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는 종편, 케이블 채널에 대한 광고주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고, 네이버 등 포털 등은 방송시장의 광고물량까지 저인망식으로 끌어가고 있다. 이런 중에 작가와 배우의 출연료 같은 제작비 요소는 지속적으로 급등하고 있고, 지상파가 제작해야 할 프로그램의 숫자는 여전히 기타 채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요구되는 프로그램의 품질도 높다. 이 상황을 조금 거칠게 비유해보자면 앞으로 대학 보내야 할 아이들이 줄줄이 딸린 어느 가장의 수입이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상파는 차별적 광고규제인 ‘중간광고 금지’의 폐지를 이미 20여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늘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답은 ‘검토하겠다,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는 대단한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방통위조차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동일시장으로 획정하고 있는 방송시장 속에서 그저 동일한 조건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란 것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변함없는 묵살이 지속될 경우 결국 시청자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지상파 프로그램들도 하나둘 사라져가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많은 방송 전문가들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상태를 ‘응급 환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긴급조치된 ‘산소호흡기’(연속 편성된 프로그램 사이의 광고 편성)를 ‘진료비 납입영수증’(방송법 시행령 중간광고 허용 개정)이 없다고 당장 떼어 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응일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경향신문 6월21일자 28면에 게재된 김민기 숭실대 교수의 기고문 ‘공공가치 훼손하는 지상파 편법 중간광고’에 대한 반론

 

이건태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