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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기자칼럼]플랫폼과 미디어의 공존

지난 9일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을 내놨다. 오는 10월쯤부터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을 열면 늘 상단에 보이던 뉴스 7개가 보이지 않게 된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소위 ‘실검’도 사라진다. 뉴스를 보려면 사용자는 손가락을 한 번 더 움직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첫 화면을 한 번 옆으로 밀면 각 언론사가 편집하는 뉴스 화면이, 한 번 더 밀면 인공지능이 내 관심사에 맞춰 추천해주는 뉴스 화면이 뜬다. 지금까지 그냥 보이던 뉴스를 이제는 사용자가 찾아야 한다. 모바일에서 ‘손가락질’ 한 번을 더 요구하는 건 큰 심리적 장벽이 아닐 수 없다. 귀찮아서 그냥 뉴스를 안 보고 말지, 그래도 돌아가는 소식이 궁금해서 손가락을 움직일지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지난 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 뉴스 및 댓글 서비스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네이버에 뉴스를 제공하던 언론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네이버는 “개별적 협상을 통해 아웃링크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원하는 언론사는 아웃링크 정책을 택하라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가 뉴스 제목을 클릭했을 때 네이버가 자체 편집한 뉴스 페이지(인링크)가 아닌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의 뉴스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대신 네이버는 전재료를 포기하라고 한다. 언론사들은 자신 있게 네이버로부터 ‘독립선언’을 할 수 있을까.

 

기사 내용도 내용이지만 로딩 시간, 사용자 환경 등에서 지금의 언론사 홈페이지는 포털보다 우위가 아니다. 개별 가게보다 대형마트에 익숙한 소비자의 행동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 미디어 환경을 따져도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익숙한 통계지만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은 77%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고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아 뉴스를 보는 사람은 4%로 가장 낮다.

 

네이버의 방안대로라면 뉴스 편집과 댓글 정책은 언론사에 맡기고, 네이버 자체 편집 영역도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편집하니 조작 논란을 피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론독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드루킹이 파생시킨 이번 사태는 플랫폼과 미디어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판매자-납품업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공존할 방안은 정말 없는지.

 

뉴스는 포털에도 전략적 자산이다. 사용자들이 포털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뉴스 소비에서 시작되곤 한다. 뉴스 소비로 방문자가 늘면 파생 트래픽이 발생하고 광고 수익이 늘어난다. 뉴스 유입이 발생시키는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장의 ‘룰’이 다시 정해질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협력 모델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일본의 가장 큰 포털인 야후는 뉴스 플랫폼으로 언론사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조회수에 더해 뉴스의 질적인 면도 평가 기준에 넣었다. 중요도, 분량, 속보성, 독자성, 해설성, 희소성 6개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놓고 포인트를 합산해 조회수에 더한 비용을 언론사에 지불한다. 구글은 지난 3월21일 퀄리티 저널리즘 강화,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디어는 플랫폼이 미디어를 좌우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답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자의 반, 타의 반 ‘공룡 포털’ 안에 살면서 미뤄둔 답이다. 언론은 독자가 모이는 곳으로,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좋은 기사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아직도 많은 기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콘텐츠만 좋다면 누군가 찾아와서 볼 것이라고. 애석하지만 그런 일은 아주 가끔 있다. 콘텐츠가 독자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 콘텐츠를 찾지 못한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콘텐츠의 미래>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는 콘텐츠 자체로 자신을 알리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함정이다. 콘텐츠의 힘은 사용자 연결의 힘에 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숙 뉴콘텐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