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커다란 분란을 만들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논란을 무릅쓰고 인터넷의 공평한 사용에 기여한 ‘망중립성’을 폐지했다. 그즈음 디즈니는 21세기 폭스의 주요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출렁거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간이다.

 

어떤 기계 혹은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손쉽게 다른 세계로 인도할지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선 어젯밤 나 몰래 일어난 일을 찾아 스마트폰을 보기 시작했으며 늦은 밤 잠에 들 때도 메신저 앱에서 나 모르는 사이 친구들의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며 눈을 감지 못한 채로 잠이 들고 있다. 이러한 습관의 재편은 우리가 알던 수많은 다른 연결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가상 현실(VR) 헤드셋 기기,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추천 시스템, 입는 옷처럼 자연스러운 기계 피부, 데이터 기반 유사 동영상 합성 기술들이 모여 펼쳐낼 개인 섹스 시장의 대변화가 인류에게 가장 모진 시련과 상처, 빛나는 기쁨을 주었던 연애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게 될지를 생각해보면 쭈뼛해진다.

 

연말에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인식하기를 바라고 스스로도 갑자기 정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연말 함께한 한 글로벌 기업 워크숍에서 피크15 김봉수 대표는 의외로 묵직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사명(Misson)은 무엇입니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우리는 누구와 함께(또는 누구를 위하여, 누구를 대상으로) 일하며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질문은 이어진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할까요?” 함께 생각해보자.

 

1. 내 안에 새로운 기술이 지금 있는가

어느 휑한 장관실에 들렀던 나는 다른 장식보다 우선 드론, 3D 프린터, 인공지능 스피커를 들여 놀아보라고 권했다.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들이 찾는 식당에서 평범한 아침 식사를 했다. 대사관 직원이 현금이 아니라 모바일시스템을 이용해 4600원을 결제해 화제가 되었다. 신용카드와 개인 컴퓨터(PC)의 시대를 건너뛴 중국의 변화는 극적이다. 빠르고 신속한 전환이 아니면 죽은 목숨의 시대에 새로운 기술은 신문사 편집국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기술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2. 타이거 우즈 캐릭터는 왜 중요한가

배가 나온 풍채 좋은 아저씨가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2001년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골프의 모습은 달라졌다. 단련된 근육질의 인간이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 대중의 선망을 연결하는 매력 스포츠로. 나이키가 기대한 시장이다. 지금 연상되는 모습이 만약 1980년대 집에는 하나씩 있었을 아널드 파마 티셔츠라면 곤란하다.

 

3. 일하는 사람은 안전한가

기자는 오래전 그려두었던 거인이 아니다. 정의롭기도 해야 하고 정확하기도 해야 하며 새로운 미디어력을 가진 사람도 되어야 한다. 일은 고단하고 시선은 가혹하다. 온라인용으로 쳐내야 하는 기사는 많아졌고 24시간 중계차를 타는 마음으로 산다. 팩트를 확인할 수 없는 미완성에 대한 안타까움, 이곳저곳에서 가져온 재료를 섞어 쓰는 부끄러움, 두들겨 패면서 오는 두려움을 회사는 해결해주지 않는다. 회피의 기술이 늘어난다. 징후의 단계를 넘어서 사고가 빈번하다. 기사의 내용이 안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4. 2017년을 반영하고 있는가

어느 언론사가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외국에서도 손님이 왔다. 함께 인사를 하는데 질문을 받았다. “여기는 여성 간부가 없나요?” 행사 후 부랴부랴 인사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 어느 그룹 사장단 강의를 갔을 때 여성 사장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무슨 피켓시위가 아니다. 한 사회가 움직이는 생각, 문화, 습관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폐쇄된 의사결정구조는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인수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명이 종이신문을 전담하고 250명이 디지털 기사에 집중한다. 올해 취임한 34살의 CEO 게리 리우는 7개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회사 문화를 바꾸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고 했다.

 

5. 팬클럽 하나를 가졌는가

생활하고 쇼핑하는 개인은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싶어한다. 2017년 한국을 움직인 양대조직인 문재인 팬클럽과 BTS 팬클럽은 특별한 소속감과 성취감을 개인에게 제공한다. 매매라는 한자 단어는 파는 사람 중심에서 사는 사람 중심으로 변모했다. 기사는 듣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 속에 있다. 의미는 주관적인 것이다. 언론은 흐르는 독자를 너무 모른다. 유료독자 데이터란 신문배달소 지로용지를 위해 비치된 것이 아니다. 언론사는 영원할 것 같은 팬덤-롯데자이언츠 팬클럽을 배워야 한다.

 

며칠 전 어느 회의에 참석했다. 진단하고 평가하고 계획하는 자리였다. 내 순서가 왔다. “문제는 이걸 다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포기하실 것인가요? 그래야 꼭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