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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사설]MBC 김장겸 사장이 공정방송 지키겠다는 코미디

공정방송 실천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해온 MBC 노조가 24일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가결되면 다음달 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2012년 170일간의 총파업 이후 5년 만이다. 350명이 넘는 기자·PD·아나운서 등이 제작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총파업 찬반 투표에 나서게 된 것은 공영방송이 더 이상 사회적 흉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며 참담하게 무너졌던 MBC는 지난 2월 김장겸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자리를 꿰찬 경영진은 보도통제와 검열을 일삼으며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렸다. 특집 다큐멘터리 ‘탄핵’ 편과 <MBC스페셜>의 ‘6월항쟁 30주년’을 불방시키고, 담당 PD를 부당징계했다. 게다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정권의 방송장악을 위한 편법적 수단”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가 공개한 ‘MBC판 블랙리스트’를 ‘유령 문건’으로 폄훼하며 법적대응을 거론하기도 했다. 후안무치의 극치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노조원들이 23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장겸 사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그런데도 MBC 파탄의 총책임자인 김장겸 사장은 “불법적인 방식에 밀려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한다고 해서 공영방송 경영진이 물러나면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MBC는 지금까지 12번의 파업을 했는데 그때마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 낭만적 파업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도 했다. 도둑이 주인에게 몽둥이를 든 격이다.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고, 구성원들에게 탄압의 칼날을 휘둘러온 장본인이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입에 올리다니 참으로 역겨운 한 편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김 사장은 보도본부장 재직시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축소·왜곡보도해 <뉴스데스크>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편집회의에선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MBC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아우성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공영방송을 이끌 자격이 없는 경영진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정치적 탄압에 맞서는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부도덕성이 가려지지 않는다. 귀가 있으면 공정방송을 실천하자는 MBC 구성원들의 절규를 한 번 들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