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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사설]김장겸 사장 해임, MBC 정상화 위해 모두 힘써야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김 사장 해임은 이날 저녁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만시지탄이자 사필귀정이다. 김 사장 해임이 확정되자 MBC 노조는 오는 15일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정방송 실천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73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방문진이 해임을 의결하자 입장문을 내고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궤변이자 적반하장이다. 김 사장은 입이 열개라도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말할 자격이 없다. MBC 구성원과 시민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9월 5일 오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경향신문DB

 

기자·PD·아나운서 등 2000여명이 참여한 총파업의 열기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만큼 공정방송에 대한 갈망이 뜨거웠고, MBC를 만신창이로 만든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컸다. ‘정권 하수인’ 사장 아래서 MBC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3%대로 떨어졌고, ‘시민들이 불신하는 언론’ 2위에 올랐다. 특히 총파업 기간 중 <무한도전>을 비롯해 예능·드라마·시사 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됐는데도 시청자들은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 MBC는 아무도 보지 않는 방송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널리즘 원칙을 따르고자 했던 기자·PD들을 ‘유배지’로 내쫓고, 편파·왜곡 방송을 일삼았으니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MBC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방문진은 과거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선임 때처럼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서는 안된다. 새로 구성될 MBC 경영진은 공정방송 실천을 요구하다 해직된 뒤 암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강지웅·박성제·박성호·정영하·최승호 등 언론인 6명을 복직시켜야 한다. 1심과 2심 법원도 6명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사측이 상고를 취하하면 2심 법원 판결이 확정돼 해직자 복직의 길이 열린다. 길게는 2081일째, 짧게는 1974일째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겪은 고통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울러 부당징계를 당하거나 유배지로 쫓겨난 200여명의 원직 복귀와 명예회복도 이뤄져야 한다.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건강한 여론을 생산하는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다. MBC 노사는 내부 개혁에 주력해 ‘시민의 방송’으로 다시 일으켜세워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더 이상 ‘부패권력 부역방송’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정성 확보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게 공영방송 MBC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