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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뉴스

영국 총리 홍보책임자, 해킹 스캔들 관련 경찰 조사


 지난 6일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홍보 책임자인 앤디 쿨슨이 해킹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가디언지의 보도이지요. 일부 통신사가 이 사건을 보도하기는 했지만 영국에서 이를 당일 보도한 언론은 가디언이 거의 유일합니다. 한 나라 최고 수장의 홍보책임자가 경찰 조사를 받은 큰 뉴스일텐데 왜 그럴까요?

 먼저 사건부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루퍼트 머독을 아시겠지요. 유명한 언론재벌 말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머독은 뉴스코퍼레이션이라는 미디어 그룹의 대표로 영국에서 뉴스인터네셔널 소속의 주요 종합일간지 중 하나인 <타임스>, 타블로이드지 <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 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몇 일 전에 미디어웹진을 통해 보도 드린 대로 스카이채널 인수를 하려고 하고 있죠.

 바로 이 계열사 중 하나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연루된 도청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2006년 왕실 담당 기자인 클리브 굿맨과 사설탐정이 왕자들의 휴대전화 메시지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지요. 이때 쿨슨은 편집인이었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요.

 이 사건은 가디언을 통해 파헤쳐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7월 가디언은 도청의 피해자가 왕실 뿐만이 아니며 연예인, 스포츠 관계자, 정치인 등을 망라하고 있다고 보도했지요. 더 나아가 신문은 이 신문사가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뉴스코퍼레이션이 1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20억원 가량을 피해자 3명에게 주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국 내부에서 도청 내용을 주고 받거나 사립 탐정에게 보너스를 주는 등 회사가 도청에 개입했다고도 썼지요. 이후 뉴욕타임스(NYT)가 이 내용을 기획기사로 재조명하면서 논란은 커졌습니다.

 뉴스인터네셔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가디언 기사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앤디 쿨슨도 "자신과 관계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죠. NYT에 대해서도 "이해가 상충하는 기사"라고 비판했지요. 다른 언론들은 단순히 상황을 전달하는 소극적인 보도에 그쳤고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디언이 오히려 고립되는 양상이 되어갔습니다. 아참, 잊을뻔 했는데 사임한 쿨슨은 2007년 7월 현재 집권당인 보수당의 홍보책임자가 됐습니다.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곧 보수당을 공격하는 것이 됐고, 그 기사를 쓰는 언론사는 바로 노동당 지지 언론으로 규정됐습니다. 사실 총선을 전후해 터진 가디언 보도 때문에 보수당을 공개 지지한 머독 계열사에서는 "가디언이 노동당을 살리기 위해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와 연관된 사건은 정치권의 비호 속에서 묻혀지는 듯 했지요.

 하지만 지난 7일 존 예이츠 런던 경찰국 부국장은 지난 7일 의회 내무 위원회에서 "나는 우리가 일정한 장소에서 쿨슨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쿨슨의 출석을 요구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원문 기사에는 "경찰을 만났다", 그러니까 'meeting'이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증인자격으로서 자발적인 조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보입니다.

 머독 소유의 타블로이드가 도청, 해킹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가디언과 NYT은 그 사건을 계속해 보도 중입니다. 가디언과 NYT가 머독의 경쟁지이고 정치적인 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 면은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경찰이 개입했으니 실제 어느 누구의 말이 어떻게 증명될 지는 두고 볼 일이지요. 그렇지만 생각해 봅시다. 해킹을 해서라도 정보를 캐내는 것, 사설 탐정을 고용하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무마하려 피해자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관행을 보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NYT는 이 사건과 관련 이렇게 썼더군요. "기사는 기사 자체로 이야기한다. 기사를 작성한 동기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스토리'"라고요.                 국제부/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