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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정동칼럼]MBC가 아직도 뉴스를 합니까

주위 사람들끼리 묻곤 한다. MBC가 요즘도 뉴스를 하는지. 물론 하고 있다. 시청률 2%대까지 떨어질 만큼 추락했지만, 뉴스를 중단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어보는 사람들도 안다. MBC가 저녁 몇 시엔가 뉴스 방송을 한다는 사실을. 그냥 투명해진 존재감을 확인하는 자조적 농담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MBC 뉴스를 언제부터 ‘끊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MBC가 사옥을 상암동으로 옮긴 지 벌써 3년인데, 아직 단 한 번도 새 사옥 안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 정동과 여의도에 있던 사옥은 족히 수백 번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나 결심 때문은 아니었다. 아마 어쩌다 보니 MBC 뉴스를 보지 않게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으려니 한다. 그러다가 며칠 전, 드디어 상암동 사옥을 방문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그 앞에서 몇몇 동료 학자들과 “전국의 언론학자들은 방송독립투쟁을 적극 지지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125명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서명하고 참여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방송 적폐세력의 퇴진을, 부당해고된 방송노동자들의 복귀를, 그리고 지난 9년간의 방송 파행을 조사할 특별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어떻게 끝이 날지 가늠되지는 않지만, 시작은 분명하다. MBC 뉴스를 정상화시키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6월22일 점심시간 MBC 상암동 사옥에서 MBC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MBC본부 제공

 

MBC 뉴스가 망가진 것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은 바로 MBC 보도국 기자들이다. 작년 촛불집회 현장에서 MBC 기자들은 자사 로고를 떼지 않고는 제대로 취재할 수 없었다. 시민들이 MBC를 쫓아냈다. 이들은 사내 게시판에서 절망을 토로했지만 회사 차원의 대책은 없었다. 그러더니 며칠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대상 업무보고 자리에서,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MBC 뉴스가 대선을 ‘공정’하게 보도했다고 자랑했다 한다. MBC 뉴스의 위기는 “사내 비방세력이 외부 매체와 연계해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고도 한다. 사측 대표가 노조를 ‘나치’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지만, 이런 엉뚱한 보고를 해도 괜찮은 이유는 방문진 역시 MBC 보도국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학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언론사 평가순위에서, 2009년까지만 해도 MBC는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 3개 부문에서 모두 3~5등을 유지했다. 2012년 이후에는 10위 이내에 오른 적도 없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매체신뢰도에서도 2009·2010년에는 2위였지만 2011년 이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체감으로는 더 분명하지만 수치로도 간단히 증명되는 ‘MBC 뉴스의 위기’를 맞아, 방문진과 MBC 경영진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이들의 ‘대처방안’이라는 것은 능력 있는 구성원들을 쫓아내고 벌주는 것이었다. 총 223건의 징계를 남발했고(민주언론시민연합 발표 내용 참조), 간판 피디와 기자, 아나운서 91명에게 스케이트장 관리 같은 엉뚱한 업무를 맡겼으며, 9명을 해고하면서 정작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하고 돌아온 이들에게는 재징계를 내렸다. “증거 없이 해고했다” “해고시켜 놓고, 나중에 소송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라는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2015년 10월 현재 MBC가 해고 등 징계 건으로 노조와 진행 중인 소송이 51개였다고 한다. 하지만 징계와 관련해 회사가 승소한 경우는 단 1건이었고, 이 과정에서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했다고 한다. MBC 뉴스를 ‘더’ 망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허공에 뿌린 셈이다.

 

누구 돈으로 이런 짓을 했는가? MBC의 대주주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설립된 공적 기관이다. 법률 첫 줄의 핵심 내용은 MBC가 “공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주인이 공공기관이고, 공적 재산인 주파수를 활용한다. 방문진 이사장이나 MBC 사장이 개인 기업처럼 운영할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회사라는 뜻이다.

 

MBC가 아직도 뉴스를 하냐는 질문은 그깟 뉴스 하나 없어져도 사는 데 지장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하긴 요즘 같은 디지털 매체환경에서 MBC 뉴스가 엉망이 된다고 누가 신경이나 쓸까 싶기도 하다. 심지어 새 정부도 청산해야 할 다른 적폐가 많아서인지 공영방송 적폐에는 (최소한 아직까지는) 별 관심을 안 두는 듯 보인다. 아니다. 정신 좀 차리자. MBC 뉴스의 쇠락은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몰락이고, 공영방송이 무력해지면 공론장이 흔들린다. 계속 떠들어야 한다. 방문진과 MBC의 높은 분들, 그간의 패악질을 뉘우치시라고. 절절한 반성을 몸으로 보여달라고.

 

윤태진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