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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언론계 취업소식

종편사 '인력이동' 시작되나/미디어오늘


최근 한 일간지 정치부 중견 기자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모 언론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 정부 부처 출입처에서도 두 명의 신문 기자가 한 달 사이 같은 언론사로 이직하는 일이 있었는데 역시 종편 사업자였다.

주변의 반응은 한결 같다. “원래 경력기자를 잘 뽑지 않는 언론사였는데 요즘 심상치 않다. 종편 사업자들이 개국을 앞두고 본격 인력충원에 나선 것 같다.” “기자 본인도 더 나은 조건의 언론사로 가는 것이니 나쁠 게 없다. 아무래도 신문보다는 방송이, 그리고 조·중·동이 미래가 더 탄탄하지 않겠나.”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가 무더기로 선정되면서 해당 사업자와 다른 언론사·방송사 간 ‘인력대이동’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조선일보가 400여명, 매일경제가 500여명, 연합뉴스가 200여명 규모로 방송사를 꾸릴 계획이며, 나머지 중앙·동아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의 경우 ‘외부충원 60%, 자체 인력 30%, 신입 채용 10%’라는 구체적인 인력 구성 계획까지 밝혀놓은 상태다.





일단 주 타깃은 방송사로 보인다. 이미 다수의 편성책임자, 기자·PD 출신 방송경영자를 영입한 사업자들은 최근에도 드라마·예능·편성 PD와 기자를 중심으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방송사 간부급 PD는 “이전에는 고위급 중심이었다면, 요즘엔 젊고 유능한 인력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주 타깃은 방송사… 기자·PD 등 접촉
“지상파 이동 미미·지역방송사 솔깃”
생존경쟁 속 ‘혼돈의 아마겟돈’ 될 수도

하지만 KBS·MBC·SBS 등 유력 지상파 방송 쪽에서 이동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임금 등 노동조건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낮은데다, 또 종편·보도 채널의 성공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PD저널>이 지난해 12월 중순 한국PD연합회 회원 3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5%가 종편채널로 이직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있다’는 응답은 15.7%에 불과했다. 특히 MBC는 ‘있다’는 응답자가 0%였고 KBS도 7.1%로 비교적 낮았다. 다만 SBS가 17.1%로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최근 구조조정·인력감축설 등 내부의 ‘흉흉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민영을 포함한 지역방송사 쪽은 사정이 다르다. 높은 연봉에 대한 기대, 서울·수도권 진출 등 솔깃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OBS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임금수준, 복지에 대한 불만이 거의 100%에 이르렀고, 향후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응답도 50%나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종편 쪽이 손짓을 하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이 조사에서 OBS노조는 ‘이직’ 여부와 ‘희망 업체’ 또한 물었다.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다. 52%가 이직을 고민한다고 답했고, 주 대상은 종편이 무려 68%(타방송사 26%, 신문 1.4%)로 나타났다.

조·중·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노동조건이 열악한 신문사 쪽도 예외일 리 없다. 한 일간지 10년차 기자는 “주요 방송사와 조·중·동이 경력기자를 뽑으면 유독 우리 언론사 기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가 남다를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임금 수준도 그렇지만 종이신문의 미래가 암담하니 뾰족히 붙잡을 수단도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방송기자든 신문기자든 기자들의 이직은 그 수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긴축경영이 불가피해, 자사 인력에서 대거 ‘차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종편사 관계자는 “보도 기능은 100% 우리 기자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며 다른 곳도 기자 신규 채용은 많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 대표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일제히 ‘올라운드 플레이어’(조선) ‘멀티플레이어’(동아)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은 아예 “62명의 특파원·통신원망과 국내 최대 550여 명의 취재진을 보유한 연합뉴스와 ‘통합뉴스룸’을 구성해 전략적 비용 우위와 효율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 경우 현재 해당 신문사·통신사에 근무하고 있는 기자들의 노동강도는 이전보다 현격히 높아질 것이 자명해 보이며 일부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찾아갈 만한 ‘더 안락한 일자리’는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종편을 앞두고 구조조정·인력감축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SBS의 경우처럼, 이번 종편·보도 채널 선정은 각 방송사와 종편사, 언론사들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피비린내 나는 생존경쟁 속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종편 이후 ‘인력대이동’은, 기존 방송사·언론사에서 종편사 쪽으로 옮겨가는 단선적인 모양새를 띄지 않을 수도 있다. 뺏고 뺏기고 물고 물리는 그야말로 ‘혼돈의 아마겟돈’이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