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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슈퍼스타K2’ 탈락자들을 위하여

김택근 논설위원

가을 밤 또 하나의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공개오디션 프로인 ‘슈퍼스타K2’ 최종우승자가 가려졌다. 중학교만 나온 환풍기 수리공, 25세 총각 허각이었다. 우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방송은 시청률이 18%가 넘었다. 케이블로는 꿈도 꾸지 못했던 기록이다. 우승자 허각은 “아버지와 라면을 먹고 싶다” “상금으로 아버지, 형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궁핍했던 한 젊은이의 우승소감이 듣기 좋았다. 물론 출중한 노래 실력을 지녔지만, 이런 소감을 기대하고 그를 선택한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허각의 우승을 두고 “한국의 폴 포츠가 탄생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폴 포츠는 TV오디션으로 일찍이 성공을 거둔 영국의 장기자랑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가 배출했다. ‘별 볼 일이 없었던’ 휴대전화 판매원 폴 포츠는 노래 한 곡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러나 허각을 폴 포츠에 비교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 대중의 인기는 오디션 프로의 열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확실히 감동적이다. 결승점에 이르면 인생 반전을 가져다 주고 또 참가자의 음악 인생에 극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비록 거칠지만 잠재력이 풍부하고 또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 건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매번 탈락자의 눈물을 봐야 했다. 이번 ‘슈퍼스타K2’ 오디션에는 무려 134만명이 넘게 참가했다고 한다. 지구촌에서 노래방이 가장 많은, 옛부터 가무(歌舞)를 즐기는 민족이라지만 믿기지 않는 숫자이다. 그렇다면 우승자를 위해 134만여 명을 떨어뜨린 셈이다.


 노래는 노래하는 사람의 것이다. ‘슈퍼스타K2’는 흥행을 위해 철저히 기획되었다. 우승은 행운이 따라야 했다. 만일 심사위원들이 얼굴과 이름을 가리고 출전했다면 어찌됐을까. 기성가수 흉내를 너무 낸다며 ‘톱11’에 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대중음악은 대중들의 것이다. 어느 심사위원의 말대로 대중음악은 감탄이 아닌 감동이 중요하다. 부활과 산울림, 조용필과 전인권, 이미자와 패티 김이 겨룬다면 누가 노래를 더 잘한다고 할 것인가. 가수마다 결과 향이 다르다. 예비 또는 무명 가수들은 기 죽을 일이 아니다. 이 가을에 단 한 사람의 가슴을 적실 수 있다면 노래하라.


슈퍼스타K2’ 결선 무대에서 존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허각이 축하 꽃다발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출처 엠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