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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정파적인, 너무나 정파적인

3년 전 시민들은 세월호와 함께 수백명의 희생자가 차디찬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존재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구조당국의 무능함, 그리고 진상규명 요구를 정파적이라 공격하고 심지어 ‘종북’까지 들이대며 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퍼하고 분노했다. 침몰 원인의 증거를 담고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느니 마느니 논란을 벌이고, 일부러 지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지체되는 인양 작업에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드디어 1075일 만에 세월호가 올라왔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밤새 한숨 못 자고 눈물을 훔친 시민이 어디 한둘이랴. 미수습자의 시신을 온전히 모실 수 있기를, 그리고 1기 특별조사위원회 때와 같은 방해 없이 과학적 선체조사를 통해 진실규명이 일보전진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세월호 인양을 속보로 전하던 언론들이 벌써 정파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24일자 사설에서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가리켜 정부의 무능과 지도자의 불성실, 어른들의 탐욕 및 안전불감증 등과 더불어 사후대책을 둘러싼 국론분열과 정치인의 이기심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원인을 밝혔는데 국가 불신을 악용해 국정원 개입설, 미군 잠수함 충돌설 등 음모론을 일부 세력이 유포했다고도 했다.     

 

선체조사위가 과학적 조사로 괴담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기 특조위를 다시 구성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또 다른 방점이 찍혀 있다. 문재인 후보의 2기 특조위 구성 주장을 정치적인 선동행위로 규정하기 위함일까. 그런데 2기 특조위 요구는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시민들의 절대적 요구라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3월24일 (출처: 경향신문DB)

 

조선일보도 나섰다. 24일자 사설에서 ‘세월호 3년 안전 업그레이드는 없고 정쟁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가 안됐는지는 이미 낱낱이 밝혀졌고, 그 사실을 외면하려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란다. 1기 특조위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없고 대통령 7시간을 밝히겠다면서 분란만 키웠다고 비난한다. 물론 여기서도 2기 특조위를 구성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을 정쟁으로 격하시키는 노력은 빠지지 않는다.

 

1기 특조위에 부족함이 없을 리는 없다. 그렇지만 ‘세금도둑’ 발언에서 진상규명의 최고 책임자인 진상규명국장의 임명 거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방해가 있었는지는 적어도 유력 언론이라면 취재를 통해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것일까, 특조위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무능함의 소치일까?

 

끔찍하게도 많은 방해가 있었지만 몇 가지만 언급해보자. 위원회가 발족하기도 전에 나온 김재원 의원의 세금도둑 발언은 특조위 예산 중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깎는 것으로 귀결됐다. 과학적 조사 검증은 애초부터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조사한 자료나 읽고 끝내라는 뜻이다. 애초 수사권, 기소권도 없는 조사는 유명무실할 테니 사업 예산을 깎으면 무력화될 것이라 보았을까?

 

1기 특조위 활동을 왜곡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대통령 7시간’은 헌법재판소도 대통령의 행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사안이다. 1기 특조위는 ‘재난 시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행적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관련이 있다면 조사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뭐가 문제인가? 평일 낮 7시간의 대통령 행적을 ‘대통령 사생활’이니 조사하지 말라고 사퇴를 선언한 여당 추천 위원들. 혹 분란이 있었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정부는 2015년 3월에야 위원들을 임명하더니 법 취지를 어기는 시행령으로 진을 빼고 8월 초에야 국무회의에서 예산을 배정했다. 그제야 본격적으로 조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6년 6월 말, 2015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조사활동 기간 ‘1년6개월’이 지났다고 조사를 강제 종료시켰다. 이보다 더 큰 방해가 어디 있을까.

 

특조위의 진상규명 실무 최고책임자는 진상규명국장이다. 2015년 9월 초 추천한 진상규명국장 후보는 2016년 6월 말 강제 종료 시까지 오지 않았다. 2016년 4월 교체되는 여당 추천 상임위원은 재가하면서도 국장 임명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참, 특조위가 한 일이 없다고? 특조위는 정부 결론의 근거였던 항적도나 구조 상황을 알 수 있는 통신자료들이 진실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을 뿐. 이런 사실들이 일부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다. 언론들이 제대로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은 모를 리 없다. 특조위는 청문회, 기자 브리핑 그리고 자료를 통해 모두 설명했다. 모른다면 취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취재했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국민적 비극을 두고서도 언론은 여전히 정파적이고 싶은 모양이다.

 

김서중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