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청와대 보도 외압 논란 등으로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의 후임으로 조대현 전 KBS 미디어 사장을 뽑았다. ‘최선’과 ‘차선’을 찾기 어려웠던 이사회가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선택한 셈이다. 이사회는 어제 6명의 후보를 잇따라 면접하고 표결을 통해 그를 최종 후보로 결정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KBS의 양대 노조는 보도본부장 시절 편파보도 논란으로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고 물러난 고대영 후보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 통신재벌과 종편의 편에 섰다는 홍성규 후보 두 사람을 ‘절대 불가’로 지목하면서 ‘파업 재돌입’을 경고해왔다. 따라서 이사회가 조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당장의 파국은 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 역시 과거 김인규 사장 시절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정권 홍보 방송을 주도한 경력 등으로 ‘부적격자’란 평가를 받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겠다.
KBS 신임 사장후보에 조대현씨 (출처: 연합뉴스)
조 후보는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시민사회의 분노와 질타, 노조의 파업, 전임 사장의 불명예스러운 중도 하차로 이어진 KBS 사태가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KBS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지키기는커녕 보도제작과 인사까지도 청와대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행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영방송(청와대가 운영하는 방송)’이라는 신조어는 바로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상징한다. 따라서 조 후보는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뒤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만일 조 후보가 자신에게 부여된 중대한 책무를 망각한 채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거나, 임명권자인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청영방송 여의도 출장소장’의 직책에 안주하려 한다면 재앙적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상식 이하의 보복인사를 당한 구성원들을 전원 원상회복하는 등 내부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소하는 것도 조 후보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부당하게 이뤄진 인사를 바로잡지 않고서 공영방송을 운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 후보가 ‘부적격자’의 꼬리표를 떼고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줄 것인지, 반대로 ‘최악’과 ‘절대 불가’를 향해 달려갈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