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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칼럼]종편, 벌써 외국자본 편들기

정인숙 경원대 교수 신문방송학


며칠 전 한국방송학회에서 주최한 종합편성채널 관련 세미나에 종편 4사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각사의 비전과 운영방침을 간단히 소개하는 발언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한결같이 상생, 수용자 보호, 미디어산업 발전 등 긍정적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종편 4사 대표들의 긍정적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한 종편사 대표의 발언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로 다가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 우수 제작사의 자본을 많이 끌어오겠다면서 앞으로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기 위해 “관례대로 반대 옵션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종편의 외국 자본에 ‘반대 옵션’이라니. 이는 외국 자본이 확실하게 투자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붙이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종편 승인 심사에서 자본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반대 옵션 금지가 명문화됐다. “최대주주가 다른 구성주주와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 신청법인의 재무적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에 대해 비계량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 등을 체결하고도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방송법 제18조 제1항의 허위·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해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종편 승인장의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종편 대표가 이러한 승인 심사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가.

지상파와 동일한 채널 성격을 가지는 종편에, 지상파에는 허용하지 않는 외국 자본을 20%나 허용하기까지 상당히 험난한 사회적 논의 과정이 있었다. 저널리즘을 포함하는 방송 사업에 수익만을 목적으로 한 자본을 허용하게 될 때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폐해 때문이었다.

그런 우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외국 자본이 수익을 확실하게 챙겨갈 수 있도록 투자 이익 회수의 길을 열어달라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요구다. 일반 시장의 외국 자본에 적용하는 반대 옵션을, 승인 요건을 필요로 하는 종편사업에 관례대로 허용해달라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이다.

이는 종편 승인 심사에서 배점이 가장 높은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스스로의 계획이 허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방송 규제의 핵심을 부정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이 출구전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한 현업 전문가는 아마도 외국 자본 유치과정에서 협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어느 외국 자본이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순수 자본 투자를 위해 국내 미디어 시장에 들어올 것인가.

그러나 정부가 종편에 제시하고 기대했던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지향점은 투자이익이 보장된 외국 자본의 유치에 있지는 않았다고 본다. 프로그램 경쟁력을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콘텐츠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본다.

앞으로 종편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청률 확보에 전력투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외국 자본의 추가 유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연간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20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한 만큼 투자이익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외국 자본을 추가로 끌어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 자본에 자본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 종편에 기대하는 글로벌 기업의 위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거듭 강조하지만 종편이 벌써 외국 자본의 반대 옵션 관례를 운위함은 적절하지 못하다.

향후 종편의 자본 증자 과정에서 반대 옵션을 가진 외국 자본의 추가 유입이 있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의 외국 자본에 대한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