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17. 김학순 - [진실, 세상을 바꾸는 힘]

언젠가 '대기자'나 '선임기자' 제도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를 해 보고 싶기는 하지만,
오늘은 김학순 아저씨 자체를 보려고 합니다.


예전부터 성명은 가끔씩 들은 편이었습니다만,
요즘은 <책과 삶>, <서재에서>라는 글방에서
토요일의 얇은 책 소개 지면마다 몇 편의 글로 
자신을 간간이 드러내고는 하는 분입니다.


알고보니, 책도 한 권 나와있더군요.
'한국의 저널리스트'라는 목록으로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2008년 1월, 그러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던 무렵,
이 책의 초판 1쇄가 나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약간 실었네요.
막내로 입사했을 1979년 12월 당시는, 박통이 서거했던 때라서
선배들로부터 축하와 부러움을 샀다고 했지만,
얼마 뒤 5공화국 체제가 출범하면서 '보도 검열'을 받아야했던 처지를
슬퍼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되는 '데드라인'
몇 년 전에 썼던 사설/칼럼들과, 워싱턴 특파원 시절의 기사들을 옮겨놓았군요.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
상당히(?!) 강하게 비판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세상에 대한 맥을 잘 짚어내고, 
비판 정신이 강한 언론인의 자세라고 평을 할 수 있겠지만,
음... 칭찬만 드리기에는 어딘가 주춤하게 되기도 하네요.
제가 세상에 대한 철이 덜 들어서일까요....?!




이후에는 특종, 오보, 후회, 보람, 기사 삭제 등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상당히 새로웠던 뒷이야기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서울역에서 소각되었던 官制 경향신문 4만 3천 부 이야기,
5공 당시의 시위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라던 지침,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앵벌이(?!) 기사,
사건 해당자의 반론을 듣지 않아서 '오보'로 곤욕을 치렀던 사회면 '돋보기' 기사,

現 박노승 편집국장, 이대근 논설위원 등과 같이 했던 '패밀리' 모임 구성원의 안타까운 사연.
리영희 교수의 격려 편지... 해외 저명 인사들의 원고료 요구...


하지만, 제게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청년 시절의 김학순 대기자와, 여러분도 잘 아실만한 분의 조우였습니다.
어느 정도 알려졌을 수 있고, 한 쪽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다시 요약해 봅니다.


[1980년 초, 문화방송-경향신문 수습기자였을 당시,
 김학순 기자는 이화여대 학보사를 찾아간 일이 있었다.
당시 편집장이던 전여옥 씨는, '제도권 언론과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말로 
기자를 문전박대하였고, 기자는 재차 대화를 요청했으나 전 씨는 끝내 사절하였다고 한다.
당시의 김 기자는, 전씨의 그런 패기와 저항 정신을 이해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정권의 홍보 방송으로 불린, '제도권 언론'인 KBS에 입사했고,
이후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한나라당 입당 직전에는 박근혜 대표를 통박했지만,
국회에 입성하자 한나라당 대변인이 되어, 박 대표를 극진히 섬겼다.

(뒷이야기지만, 전 서울시장이 정권을 잡자,
 凡親李派의 일원으로 박 전 대표와의 거리는 멀어진 것 같군요)

대변인이 된 전 의원과, 김학순 대기자가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어서,
예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김 기자,
그러자 전 대변인은 웃으면서 '그런 일이 있었던가요'라고 말하고, 
무안함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늦게서야 다시 살펴보지만,
책의 부제는 <진실,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부끄럽지만, 진실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는
자신에게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김학순 대기자께서는, 언론 세계를 접하면서
아마 진실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더 느끼고
언론인으로서 자신을 돌아보며 책을 써낸,
그렇게 살아온 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책의 신뢰도는 따지기 나름이겠지만,
앞으로는 기사도 좀 더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Noribang, 관악산에서


- 신문을 덮을 때, 부디 개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