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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21. <한겨레> 이야기


교육방송 '지식채널 e' - <한겨레> 탄생의 배경을 담은 내용.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1970년대 유신 정권의 언론 탄압에 저항하다
쓸쓸히 해직된 <동아일보> 기자분들이 
사회의 문제를 알리고 짚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언론'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회 각층의 힘을 모아 만들었다는 신문, 
<한겨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기자분들이 나중에 회고하기를, 
대학생의 시위를 취재하러 갔다가 
'기자와 개는 출입 금지'라는 표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확실한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ㅇ_ㅇ)



어쨌든 '50억 원으로 어떻게 신문사를 만드나?'라는 의문들을 넘고 만들어진,
그리고 아직까지도 생존하고 있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민주' 언론이었던 셈이지요.
이 과정에서 <한겨레>는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고, 
'진보 언론'의 존재를 옹호자에게든 비판자에게든 확실히 각인시켰으며,
22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느낌은 별로 변하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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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동아/문화> 등의 신비한(?!) 언론들과 대비되는 면도 상당하지만,
근래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교해 보는 시도도 간혹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앙 일간지로서는 두 신문사가 '진보'를 제창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때는 뭐, <한겨레/경향/대한매일(現 서울신문)>을 함께 묶어보기도 했지만,
서울신문이라는 존재가 정부 출자 지분이 많다 보니, -
대체로 중도적이면서도 정권의 성격에 따라 논조가 상당히 달라지는 것을 보면,
동시에 엮어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서울신문 직원/기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부 어용신문으로서는 최고로 손꼽혔다고 하지요.
그 다음이 '경향신문'이었다는 말도 있고요.
1990년대 들어와서는 서로 평가받는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경향신문은 1998년 4월에 <한화>에서 분리되었다고 하는데,
몇몇 기자분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신문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불만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방향을 잡고 가는 건지, 선배와 후배 간의 의견 차이가 많다는 소문도,
기자를 향한 '책상(Desk)'의 조절과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는 말도 있다네요.


(마지막 문장은 경향신문 2만호 특집 때 여당-친박계인 이정현 국회의원이 
기념사를 하면서 흥미롭게 이야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둘 다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그 중의 하나를 더 좋아하고, 어쩌면 나머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연구 대상으로 삼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가 경향신문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종이>의 품질과, <풍부한 지면과 정보>, <한토마> 등 인터넷 서비스의 제공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상대적으로 좋은 재정 구조 - 많은 후원과 수익 사업이 뒷받침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한번 더 떠올려볼 문제이기도 하겠지요.


반대로, 경향신문이 한겨레와 비교해 좋은 점은,
현실 사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상대적으로 진정성을 갖추고 솔직한 태도,
보수적인 입장을 상당히 고려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중도적으로 인정받는 점.
사회에 대해 무언가 발언을 열심히 하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두 곳에 공통점이 있다면, 
(특히 부도덕한 시대에) 아무래도 기대를 많이 받다보니,
신문사에 기사나 경영, 광고 등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때는 안쓰러울 정도로 강하게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은 관성적으로 속성을 내보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임무(!)를 맡은 언론들은 책잡힐 일이 많기도 하겠습니다.

(흰 옷에 떨어진 물감과, 검은 옷에 떨어진 물감이
서로 다르게 보이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한 가지 더, 토론회나 행사 등 서로 협력할 일이 생긴다면
공동으로 주최하고,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도 떠올릴 수 있겠네요.
언론사의 사회 참여는, '중립성'을 중요시하는 분들은 못마땅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정론'을 추구한다는 것이 애초에 '바른 방향'을 보자는 것이므로,
사회 참여도 이것의 한 방편이 된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고교생 시절부터 몇 년 동안 <한겨레>를 보았고,
대학에 들어오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 <경향신문>을 손에 잡았습니다.
섣불리 호불호를 가리기보다는, 경향신문이
사안에 섣불리 접근하지 않되, 소리는 강하게 내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청소년 시절의 정신에 영향을 끼친 <한겨레>,
그리고 어른으로 나가는 길에 동료가 되는 <경향신문>.
조금이라도 비판을 덜 받고, 상식적인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 봅니다.


@Noribang, 관악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