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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김종목의 미디어잡설

MB 정권의 국가정체성을 알려주마

*이 글의 축약은 <주간경향>에 연재중인 [정동늬우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정동늬우스]국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보
*경향신문은 2008년 정부 수립 60년 기획으로 '국가정체성을 묻는다' 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국가정체성을 묻는다 보기



"분단된 나라에서 국가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특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12월 21일자, 법무부 ‘코드 맞추기’ 업무 보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일 법무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한국의 자칭 보수세력이 ‘금과옥조’로 삼는 말입니다.  ‘잃어버린 10년’에 함께 잃어버렸던 개념과 이념. 정권교체 뒤 강한 부활의 염으로 되살아난 것들이죠.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이 이 말을 즐겨 사용하는 걸까요.


                                                             경향신문자료사진

먼저 조현오 경찰청장. 전직 대통령의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을 당해도 검찰이 함부로 부르지 못한 인물입니다. ‘국가 정체성’이 투철한 사람을 어떻게 오라 가라 하나요. 모르겠네요. 퇴직 이후 정권 교체 된 이후에나 부르려나요.

조 후보자는 지난 5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당시 그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표현을 방치하면 국가가 어떻게 유지되겠느냐”고 말했다.(2010년 8월 16일자, 망자·유족에 ‘말의 비수’)


청와대는 아무나 가는 게 아닙니다. 국가 정체성이 투철한 사람들 1순위입니다. 한번 청와대 쪽을 보세요. 국가정체성의 기운이 북악산을 뚫을 기세죠. 지난 6·2지방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과학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진곤 후보 진보성향의 김상곤 후보에게 이렇게 시비를 겁니다. 누구냐고요? 제일 오른쪽에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신 분입니다. 2008년 6월 2기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통령이 소개하는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입니다. 그러보니 왼쪽에서 3번째 분. 요즘 각광 받는 분이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로펌에서 한달에 1억씩 버셨던 분. 국가정체성도 투철하고, 돈벌이도 투철했던 분이네요.  여튼 대통령을 필두로 9분들 국가정체성의 듬직한 수호자들 같아보이는군요.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총장을 맡고,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은 교육의 수장으로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따졌다.(2010년 5월 17일자, 교육감 선거 색깔론 논쟁)

‘보온병 포탄’과 ‘룸살롱 자연산’으로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원래 전문 존재 분야도 ‘국가 정체성’입니다. 이 분 보온병의 정체는 몰라도 국가의 정체성은 어떤 것인지 꿰뚫고 있는 분이죠

과거 정권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생겨났으며, 흉악범들이 늘어났다는 그(안상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저열한 색깔론에 불과하다.(2010년 3월 18일자, 아동 성폭력도 좌파 10년 탓이라니)

대한민국자식연합의 패러디 포스터입니다. 보온상수부터 포항형제분들 등등 국가정체성의 화신들이 다 모여있네요.


그리고 이분 요즘 안부가 궁금합니다. 오겡끼데스까. 김태호 전 경남지사이자 총리 후보. 그래도 후손들은 국가 정체성이 뚜렷했던 그를 국무총리로 모실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괜히 젊은 총리후보를 내세웠겠습니까. 60~70대 노인분들보다 훨씬 더 투철하니 과감히 총리 후보로 낙점했을 것입니다.

김태호 지사는 국민 상당수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고, 젊은 세대 가운데 일부는 심지어 북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친북은 진보고 나라수호는 보수골통인가, 기가 찬다국가정체성을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2009년 6월 8일자, 김태호 지사 돌출발언)



김용민 화백 만평의 '도지사 어떻게 됐나?'에 덧붙이자면, '국가정체성?'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돈 많고 축구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죠. 요즘 FIFA  부회장 낙선 뒤에 회장 출마를 검토하는 등 바쁘시긴 하지만, 이분의 큰 덕목 중 하나는 '국가정체성'입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국가 정체성과 정통성이 많이 훼손됐다. 적화만 되었고 통일만 되면 된다는 말까지 나온 것이 기억난다”며 “정권교체를 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2009년 2월 18일자 정몽준 ‘우향우’ 변신)

국가정체성 확립은 대통령과 몇몇 정치인들만의 힘으로 확립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보수시민사회와 학계, 관변단체도 국가 정체성을 되살리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낸 국민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 6KBS에 대해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청구 이유는 누적 적자 확대와 편파·왜곡·선동 좌편향 방송으로 인한 국가정체성 훼손이었다. 이어 검찰은 정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쉽게 말하자면 그가 무능한 경영으로 KBS에 큰 손실을 끼쳤고 공영방송답지 않게 편파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2008년 8월6일자, 공영방송 장악기도, 국민적 저항 부를 것)

뉴라이트 전국연합 홈페이지에 있는 시사패러디물입니다. 정연주 사장을 김인규 사장으로 바꾸어도 될 듯하네요.
요즘 수신료 인상 추진하는 김인규 사장에 대해서는 뉴라이트에서 별말 없죠.
 


뭐니뭐니해도 ‘국가 정체성’ 하면 대통령이죠. 이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 담론의 원천이자 절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존재요, 국가 정체성의 화신입니다. 취임식 때도 ‘국가 안보 및 국가 정체성 확립 등과 관련된’ 인사들을 특별 초청했지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다음달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다. 취임식에는 일반국민 25000여명을 비롯해 나라 안팎에서 모두 45000여명이 초청될 예정이다. 특별 초청자는 경제살리기, 글로벌코리아 실현, 사회통합, 국가안보 및 국가정체성 확립 등과 관련된 인사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2008년 1월21일자, 대통령 취임식 태안 봉사자모신다)

하지만 취임 반년도 안돼 국가 정체성 수호에 위기가 닥칩니다.  촛불집회. 이 대통령 두 차례 사과했지만, 국가 정체성에 저항하는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일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대항하는 시위나 불법·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2008년 6월 24일자, “경제 막대한 피해” “촛불 끄고 일터로”)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였던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의 염원, 분노 등등을 대통령께서 외면하기란 힘들었을 터.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등의 보수집회가 전면에 내걸었던 것이 ‘국가 정체성 수호’였던 점은 시사적이다. 친이명박계의 한 의원은 "보수진영이 보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거리까지 나오는데 법질서를 지킬 책임을 가진 정부가 아무런 의지를 안 보이는 것도 책임을 방기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6월25일자, 대통령 국가 정체성발언 파문 / 보수층 결집 국면전화 노려, '민심 승복국민에 사과해놓고 민심 역행반격)


정체성회복협의회 홈피 화면인데, 이승만 박정희 얼굴이 묘하게 오버랩되어 있군요.

이 대통령, 촛불집회 이후 대통령의 머릿속엔 오로지 ‘국가 정체성’뿐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든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틈만 나면 국가를 흔들려고 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2008년 10월 9일자, 이 대통령 “좌파세력이 이념갈등 일으켜”)

집권 2년차인 2009년은 무슨 해였을까요. 한국방문의 해는 아니었구요. 국가정체성 확립의 해였습니다. 이걸 모르는 걸 보니, 저도 국가정체성이 부족한 놈 같네요.

이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아주 넓고 깊은 상황이 있다”고 지적하곤 내년을 ‘국가 정체성 확립’의 해로 제시했다.(2008년 12월 24일자 이 대통령, 이념공세로 ‘MB개혁’ 강행)


국가 정체성 확립의 해인데, 검찰이 가만 있을 수 있나요. 앞장서야죠.

임채진 검찰총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좌익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009년 1월 3일자, 검찰총장 “친북좌익세력 발본색원해야”)

국가정체성의 해입니다. 한국 방문의 해 아니라니까요. 대통령 말씀 따라 보수 수구 진영 여러 곳에서 국가정체성 담론 논의가 깊어집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 및 국내 안보 위해세력에 용어혼란 전술에 놀아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주된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사회주의 지향세력을 진보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이념과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8일자, ‘민주화세력’ ‘진보세력용어쓰는 언론인은 친북·좌익?)

 국가정체성 어떻게 정립·발양할 것인가는 주제로 열린 호국·안보세미나도 열린 적도 있습니다. 

제주4.3사건에 대해 무장투쟁이자 반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해체하고 수사를 해야한다는 주장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조사 요구도 나왔다.(경향신문 2009219일자)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의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중도실용론을 꺼내듭니다. 지지율 20~30%대를 감안, 이탈한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 하지만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과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선서하였던 자가 대한민국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중략)”며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는 “대한민국의 노선에서 이탈하기 위한 위장막”이라고 규정했다.(주간경향 2009년 9월 8일자, 중도실용 달라진 게 뭐 있나.)


 경향신문자료사진(2008년 김세구 선임기자 촬영). 아 처음엔 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갑제 선생, 이 대통령을 오해하시면 안되죠. 이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중도실용론의 핵심도 국가정체성이었어요.  이동관 대변인의 대변입니다.

이동관 대변인은 “(중도실용론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국가 정체성 등 대한민국의 중심적 가치를 지키면서 중도층을 포용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서민을 배려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경향신문 2009년 6월26일자, 논란·지지율 하락에 ‘중도보수 리모델링’)

 중도실용 다음에 친서민 그리고 공정사회론. ‘국가 정체성’을 깜빡한 듯 보였나요? 아뇨  대통령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오해할 걸 오해하셔야죠.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진행된 라디오 연설(6월 14일)에서 한말입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의 정체성, 비전에 입각한 국정기조는 확고하게 유지해 나갈 것"(2010년 6월15일자)

치킨 가격이 비싼 것 같다면서 시장에 개입하면서 ‘자유시장’을 강조할 수도,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불법사찰 논란에 ‘법과 원칙’을 주장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낭패죠. 
남은 건 2009년에 이루지 못한 ‘국가 정체성 확립’뿐인 거에요. 그리고 국가정체성? 그건 곧 안보고, 반북이고, 반공인 거죠.

그런 점에서 최장집 교수의 진단도 잘 맞지 않았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분단국가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새로운 국가의 공식 이념이 됐지만, 그 이념은 냉전 반공주의로 변질돼 권위주의나 군부독재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혔는데 민주화, 현대사를 생각하면서 자유주의를 성찰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며 이제 자유주의 관점에서 현실 문제를 보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은 반공(안보)을 걷어낸 자유주의를 성찰할 뜻이 없습니다. 그건 빨갱이나 하는 거죠. 안 그래도 민주화니 좌파 정권 10년 동안 국가정체성의 본질을,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제대로 말도 못하고 살아왔는 걸요. 이제 국가정체성의 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잡을 때가 된거죠. 그건 안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 우리를 넘본다.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고도 했다. (12월22일자)

기시감. 어디서 많이 듣지 않으셨나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입해 냉전반공주의로 만든 이승만 또한 단합을 역설했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명박-이승만을 잇는 연결 고리 또 하나 있죠.  광화문에 이승만을 세우자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기독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15일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건립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이날 오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 나라사랑 운동본부 산하에 이승만 건국대통령 동상 건립 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독교 신자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동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에 들어간다고 전했다.(경향닷컴, 2010년 11월15일)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정체성 확립 노력에 국영방송이 또 빠질 수 없습니다. 비서들이 앞장서야죠. 비서 사장 김인규씨, 국가정체성도 투철하신 분입니다. 그러니까, KBS 사장도 하는 거겠죠. 정동기 등등도 돈좀 많이 벌면 어때요. 꼭 돈 못 벌고 국가정체성도 약한 좌파 빨갱이들 욕하는 거 신경 쓸 게 아닌 거죠.



지난 9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김인규 사장이 지난 7월 6·25 특집 방송팀과의 점심자리에서 ‘이승만이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 번 다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길환영 콘텐츠본부장이 ‘안 그래도 이런 기획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보수우파진영은 ‘이승만 국부론’의 설파에 열중하고 있다”며 “KBS 내부에서조차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방송을 강행한다면 KBS는 뉴라이트 이념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특집계획의 중단을 주장했다. (2010년 12월25일자,  KBS 이승만 다큐 강행)


 국가 정체성? 그래도 뭘까요. 그
 헌법에 나와 있습니다. 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이 <여적>에 쓴 글입니다. 

국가 정체성은 헌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2항).” 이보다 분명하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없다.(2008년 6월 26일자, 국가정체성)

김종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