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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보도자료

거듭 국회에서 재논의하라는 헌재 결정(미디어행동)

- 방통위는 종편사업자 선정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야당의원 86명이 낸 부작위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지 않았다. 인용 의견은 물론 각하 의견과 기각 의견 모두 야당 국회의원이 침해당한 심의.표결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국회는 작년 10월29일 헌재 결정과 이번 결정에 따라 미디어법 재논의에 착수해야 하며, 방통위는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심의 일정을 일체 중단해야 한다.
 
각하 의견을 낸 이공현.민형기.이동흡.목영준 등 4명의 재판관은 “작년 10월29일 헌재가 권한침해만 확인하고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않은 이상 종전 권한침해확인 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종전 권한 침해행위에 내재하는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에 대한 권한침해의 위헌.위법성을 분명히 했지만, 다만 헌재가 이를 집행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판단으로 각하한 것이다. 각하의 내용과 맥락이 이같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위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갖는 취지가 기각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기각 의견을 낸 김종대 재판관은 이번 부작위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이미 작년 10월29일 결정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취지로 보고 불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기각한 것이다.
 
인용 의견을 낸 조대현, 김희옥, 손두환, 이강국 재판관은 작년 10월29일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를 계속 무시하고 야당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 상태를 존속시키고 있으므로 부작위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헌재는 특정 조치를 취할 의무 부담이 없다는 각하 의견과 청구가 불필요하다는 기각 의견의 형식적 껍데기 결론만 더해 5:4 기각 결정을 했다. 그러나 각하, 기각, 인용 의견을 관통하는 요점은 미디어법 권한쟁의청구(2009헌라8 등)에서 확인한 위법.위헌이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10월29일 헌재 결정내용을 뒤집지 않은 데 있다. 헌재는 결국 내용적으로는 위법,위헌한 상태가 존속되고 있는데 국회의장에게 작위 의무를 부담케 하는 결정은 회피함으로써 또다시 헌재스러운 판결을 재현하고 말았다.
 
문제는 복잡해도 해법은 단순하다. 헌재는 국회가 민주적 기능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에 대해 헌재에 길을 물었지만, 헌재는 국회가 알아서 위법.위헌 원인을 해소하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헌재로서는 입법부의 위법.위헌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모든 걸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원점으로 돌아온 문제, 즉 국회는 스스로 저지른 위법.위헌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입법부의 권위를 회복하는 노력에 나서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헌재의 거듭된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위법.위헌 요소를 내재한 상황에서 행정부의 법집행을 허용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태의 발발을 방치하는 꼴이 된다. 
 
냉정을 찾을 때다. 1년 반동안 온 국민을 회의와 피로로 몰아갔던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논란을 모두 접을 때가 되었다. 입법주의 민주적 기능을 회복하는 가운데 얼마든지 다시 관련법을 제.개정할 수 있다. 오늘 헌재 판결의 내용과 맥락을 곱씹으며, 미디어법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이들이 힘에 의해 짓밟히고 손상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진정어린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
 
2010년 11월 25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