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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기획 1-(1) 정동에서 [삼성]을 생각한다 => 내려간 1편의 아픔, 밀려난 2편의 회한



1946년 10월 6일,
일제 시대에 진입하는 길목에 폐간된
경향신문의 재창간 64주년을 기념하며,

아울러 1960년 4월 27일,
李 박사 시절, 자유당 정권을 비판하다 폐간된
경향신문의 복간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작은 기획작을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셨고,
2010년 상반기에 화제작이 되었던
[삼성을 생각한다] 이야기를 다시 해 보면서,
두 번에 걸쳐 언론과 관련된 사족을 덧대어볼까 합니다.
부디 너그럽게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




그러니까 2010년 2월, 바람이 차던 어느 겨울날,
[삼성을 생각한다]가 제법 두껍고 무거운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제목으로만 보면 '삼성'이라는 재벌에 관해 쓰인 적지않은 책들 가운데 하나였지만,
한 권당 22000원이라는 만만찮은 값만큼이나,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달랐지요.

이전에도 순환출자, 탈세, 부당 증여,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대선자금, 노조 방해, 로비 문제 등
삼성이라는 조직에 관한 문제들은 알게모르게 줄곧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비밀리에 녹음된 대선자금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도 하였고,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이나 [이씨춘추] 등 삼성의 세습적 권력을 비판하는 책이 나왔고,
이와는 상반되는 입장의 [삼성공화국은 없다](2005) 등의 책도 출판되었지요.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故 왕회장의 사망 이후 분열이 심화된 '현대' 가문을 넘어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한국 기업 서열 '수위(首位)'를 차지한 '삼성'의 지위는 상당해졌습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소환을 받는 등의 사건도 있었지만,
그 분에게 힘을 내라고 당당히 응원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의 모습이 보일 만큼, 그들은 자신이 있었나 봅니다.
실제로 웬만한 문제들은 사람들이 손을 대지 않는 듯 보였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지금도 흐르고 있습니다.




2007년 대선 정국을 전후해,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삼성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변호사, 김용철 씨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의 차명계좌/비자금 문제, 로비 문제 등을 공개한 것이었지요.

이후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도서나, 당시 언론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줄이지만,
당시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김 변호사의 고발 이후
비교적 지속적으로 수사 상황 등을 바탕으로 삼성에 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자 삼성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품/서비스 광고를 중단했고,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정권과 백성들의 신개념(?!) 갈등과 함께 다시 지나갔습니다.



2010년 1월 1일, 삼성은 각 언론사 지면에 신년 축하 광고를 실었고,
경향신문에도 그 광고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후, 동계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삼성 광고가 며칠 간격으로 등장하였고,
삼성이 비판적 언론에 광고를 재개한다는 소문도 나왔습니다.


2010년 1월 1일, 삼성에서 경인년 - 백호의 해를 맞아, 각 신문사에 실은 광고


그럴 무렵, 삼성으로 인해 한때는 대우를 받았지만, 피로감으로 직위를 포기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특검 전후의 상황과 개인적 느낌을 책으로 펴낸다는 소식이 들려오게 된 것이지요.
물론, 이 책을 출판하고 홍보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며,
그 과정 자체가 이후 7월에 출판되는 [삼성을 생각한다 2권]의 서술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상기한 [삼성을 생각한다 1권]에 비해,
2권의 디자인은 더욱 단순합니다.
언뜻 보면 찻잔 하나이지만,
이제는 좀 여유롭게 차 한 잔 하면서
1권을 둘러쌌던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덧붙여, 잔 표면에는 [삼성을 생각한다] 뒷표지에 쓰인 마지막 두 문장인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게 정의"
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가 있고,
<Think Samsung>이 영어로 적혀있기도 합니다.)

저는 [삼성을 생각한다 2]가 출판된 지 며칠이 지나 책을 구입했습니다.
책의 내용은 앞서 이야기했듯,
[삼성을 생각한다] 1권이 불러온 파장과 각종 뒷이야기들이
다양한 언론 기사, 대담을 기반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비록 본책 판매를 위한 도서라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 방면, 특히 언론의 행태에 관해
적지 않은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2권]을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경향신문과 관련된 내용을 채집해 정리하는 형식으로 2편을 쓸 예정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 책을 읽던 중 생긴 일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더운 여름날, 틈틈이 책을 읽어본 뒤,
올해 초부터 활성화하기 시작한 트위터를 활용해
여러 분들, 특히 언론사 기자분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책이 출판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책이 과연 신문/방송에 소개될 수 있을까요?



전자의 질문에 대해 책에 자신이 외부에 썼던 글이 실린 [한겨레]의 한 기자분께서는
"저도 지금 알았습니다. 사러 달려가야겠네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외에도 '그런 책이 나왔나요?' '보아야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해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기자분들은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 했습니다.
기자분들의 처지상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언론의 형편을 잘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삼성을 생각한다 2권]이 있다는 사실이라도 (1권의 전철을 밟지 말고)
문화부나 다른 곳에 잘 전해 달라는 말을 남길 따름이었습니다.


그 뒤, 며칠 동안 기다렸습니다.
이후 이 책 - '삼성을 생각한다 2권'이 소개된 언론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민중의 소리, 독서신문, 대전일보, 미디어 오늘>

이외에도 1인 미디어나 기타 언론들에는 정보가 올라왔겠지만,
뭔가 좀 '알려졌다'고 얘기한 언론, 조선/중앙/동아/문화 등은 물론이고,
여전히 <한겨레>나 <경향신문>에도 관련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특히 책을 소개하는 지면이 있는 토요일,
정보를 못 접한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배제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짤막한 신간 소개에서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해명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싣던, 저쪽의 언론들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광고를 싣지 못 하다가, '아픔'이라는 제목을 달고 절절히 글을 작성하던 홍세화 기획위원의 '한겨레'도,
귀한 1면에 해명과 사과를 싣고 '대기업 비판보도 엄정히 하겠습니다'라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던 '경향신문'도,
이 책을 소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상식적 언론들'이, [삼성을 생각한다 1권]이 출간되었던 2월 이후 벌어졌던 사태를 기억한다면,
2권을 소개하면서 그 때를 다시 돌아보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 더 아름다웠을텐데 말입니다.


아마, 그러기에는 이 책의 내용이 상당히 직설적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언론이 자신을 다시 드러내는데 책이 새삼스레 다시 활용된다는 것이 불편했던 점이 있어서 그랬지 않나 합니다.
정말로 문화부 쪽에서 다른 '시급하고 중요한' 일도 가능했겠지만... 흠...


이미 시기가 늦었지만, [삼성을 생각한다 1 / 2]라는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언론이 당시 겪었고, 어쩌면 지금도 겪고 있는 사실을
다시 꺼내고 자성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원했던 까닭입니다.


다시 말해, 그 사태에서 뭔가를 느끼고 마음에 담았던 언론이라면
오히려 언론에 대한 비판이 주축을 이루는 [2권]을 소개하면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반성할 것을 반성하는 그런 계기가 다시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지금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경우, [삼성 생각 2권]이 소개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대기업 비판'이 그럭저럭 균형있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봅니다.
항명을 했던 경향 47기 기자들은 물론, 어려운 환경을 지혜롭게 이겨내자는
회사의 분위기가 논조와 광고의 조화라는 방식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10년의 세 덩어리가 지나간 지금,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당시의 사건을, 그리고 뒷이야기를 다시 보면서,
앞으로 기사에 나가는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뜻에서 다시 언급하려 합니다.


맨 위에서 말한, 경향신문 창간 64년과 복간 50년을 기념한다는 뜻은
이 정도의 비판으로는 손상되지 않고, 어쩌면 더 발전하게 되리라 기대하면서
다음 편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이상 @Noribang으로, 2편에서 다시 등장하겠습니다.
비오는 주말 잘 보내세요. ^0^




추신) 명투아네트의 1만 원 양배추나, 중국의 外土 5000원 배추들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비 오는 날의 냉습한 날씨를 견디며 15000원의 몸값을 지닌 한국 배추들 역시
나름대로 이 땅과 기후에 적응하면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굳이 누리꾼들의 걱정과 비판이 굳이 서울방송 보도에서 무시당하지 않더라도,
부디 우리네 자연스런 토양과 수문, 기후, 그리고 어린 배추를 기르는 농업을 아껴 주시기 바랍니다.
생활을 걱정하고 실정을 비판하는 이들이 '전 서울시장에게 누를 끼치는 이들'로 서울방송 보도에서 취급되더더라도,
마음을 여유롭게 먹고, 좋은 행동으로 향하는 길을 잡아 잘 살아남도록 해 봅시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