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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뉴스

독자와 빠른 교감 논쟁·기사 이끄는 온라인 뉴스의 힘


한 구호 요원이 병원 예배당의 나무 문을 열었을 때 죽음의 냄새가 그 순간을 제압했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말라버린 수십구의 시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시신을 덮은 새하얀 천 끝자락 위로 회색빛 머리카락 꾸러미가 뽑혀져 나뒹굴었다. 그 뒤로는 누군가의 한쪽 무릎이 구부러진 채 튕겨져 나가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창백한 한쪽 손은 마루 위의 파란 가운 위에 놓여져 있었다.”

소설 같은 이 글은 올해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을 수상한 셰리 핑크 기자의 기사 첫 문단이다.

온라인 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소속 기자인 핑크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고립된 한 병원을 밀착 취재, 지난해 8월27일자로 1만3000단어의 긴 분량의 기사를 내놓았다.

기사 제목은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의 죽음의 선택’. 핑크의 취재 결과 끔찍한 재앙이 닥친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희망이 없는 환자들을 ‘안락사’시켰던 사실이 밝혀졌다.

핑크는 2년 반 정도의 취재기간에 환자·간호사·의사 등 14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웹사이트에 공동 게재되면서 주목받았고, 프로퍼블리카는 온라인 매체로는 사상 처음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기사가 웹상에 올라오자 독자들은 “끔찍한 이야기”라면서 의료진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이 기사로 해당 의사들은 처벌대상이 됐다.

핑크의 기사는 ‘뉴스’가 단지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숨겨진 진실을 그러모으는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기사의 영향력이 커졌으며 소설처럼 길게 풀어낸 기사 형식이 독자들로 하여금 진실에 다가서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게 퓰리처상 수상에 대한 프로퍼블리카의 자평이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이 아닌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뉴스에도 이미 친숙해졌고, 온라인을 통한 뉴스 읽기는 기자와 독자의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08~2009년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연재한 ‘리틀 빌 클린턴의 1년간의 미국 학교생활’은 독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완성된 기사다.

리틀 빌 클린턴의 기사를 연재한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의 웹화면

CSM은 빌 클린턴 하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탄자니아 난민촌 태생 소년의 미국 생활기를 1년 동안 13회에 걸쳐 온라인으로 내보냈다. 매리 윌텐버그 기자는 이들 가족이 2008년 7월 미국 조지아주의 난민 센터로 이주해와 미국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서 클린턴 부모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 클린턴의 학교 적응기를 감동적인 필치로 담아냈다.

CSM 웹은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클린턴의 학교 생활 사진과 주변 인물들을 소개하는가 하면, 윌텐버그 기자가 블로그에 기사 뒷이야기를 싣기도 했다. 독자들은 느낀 점이나 질문들을 댓글로 남겼다. 그것은 다음회 기사에 반영됐다. 이 기사의 1회를 읽은 한 독자는 “CSM은 이러한 이야기를 발굴해 우리가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최고의 저널리즘이 아닌가”라는 댓글을 남겼다.

지난해 4월 CSM은 종이신문 발간을 끝내고 완전한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면서 이 기사를 기획했다. 온라인에서의 뉴스가 어떻게 쓰여지고, 어떤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국제부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