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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언론, 구체제를 무너뜨려라

대통령은 건재했다. 그는 별세계에 거주한다. 뉴욕 양키스 전설의 포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제 아무리 형편없는 경기일지라도 언제든지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있다”고 했다. 역설이다.

 

국민과 언론은 갑자기 가까워졌다. 권력의 정점을 다투는 언론사주가 있다 해도 지금은 기자들의 시간이다. 언론 내의 오래된 관행이 살아나 디지털 혁신이 후퇴하거나 지체될 수 있다 해도 오늘 언론의 임무는 구체제를 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새로운 체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그렇다. 언론이 참고할 만한 8가지 사례를 찾아봤다.

 

①올바른 일을 하라. 미국 뉴올리언스에 상상을 넘어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왔을 때 보급품을 가진 월마트는 정부보다 빠르고 바르게 행동했다. 2005년 8월29일 오전 6시 최고경영자 ‘리스콧’은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상황이 발생했다는 전제 아래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때 구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바른 일을 해주세요.”

 

②위험은 먼저 대처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다. “최대의 위험은 위험을 피해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위험을 피해가는 전략으로는 모든 것이 실패한다.”

 

③어떻게 행동할지 제시하라. 총기사고가 빈번한 미국의 하버드대 새 매뉴얼이다. ‘피하라’와 ’숨어라’ 다음에 나오는 것은 ‘행동을 취해라’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생명의 위협이 임박했다면 범인을 혼란에 빠트리거나 무력화시켜라, 범인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해라, 무기가 될 만한 것과 물건들을 던져라, 소리쳐라, 당신의 행동을 알려라.” 세월호 때 우리는 이런 매뉴얼을 갖지 못했다.

 

④평평하게 일하라.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강자 넷플릭스다. “저희가 리더십을 보는 식견은 조금 다릅니다. 상명하달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가능한 한 하부에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그들에게 책임 의식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플랫(flat)이라 하는데 조직 전체를 평평하게 퍼뜨린다는 것이죠. 그러기에 실수에 대한 용인도가 높습니다. 실수에 벌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지표로 삼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⑤감정과 대결하라.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를 선정했다. 트럼트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하는 형용사다. 4선에 나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가짜 뉴스(fake news)’와 소셜봇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특종의 포로가 되어 진실을 넘어가서는 안된다.

 

⑥기대의 포로가 되지 마라.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시즌 초 이렇게 말했고 예상 외로 4년째 가을야구에 나섰다. “3년 동안 좋은 성적 내지 않았나. 선수단에서 패배의식을 걷어 내는 게 목적이었다. 그거면 됐다. 올해는 내년, 내후년을 준비하는 한 해다. 프런트 생각도 일치한다.” “우리는 만드는 과정이다. 불펜 역시 숙제가 아니라 과정이다. 당장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좋은 경험과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 “한 게임 잘해 봤자 소용없다. 우리 팀의 내년, 내후년이 돼 달라는 의미다.”

 

⑦장사꾼에게 언론의 자리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 과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용기가 뛰어나 무언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은 당신의 기사를 쓰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했으며,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관여한 거래는 다소 허황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성격 덕분에 나는 아주 젊어서부터 꽤 사업 수완을 보였다.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되어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을 하게 했다.” 이렇게 말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었다.

 

⑧새로운 10년의 동료가 되어야 한다. <관료들의 여름>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패전 후 10년, 고도 성장기 원년이라고 하는 1955년 일본의 도로 포장률은 5%에도 못 미쳤다. 집 한 채보다 차 한 대 가격이 높았다. 그때 일본인도 살 수 있는 국산차를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기자는 ‘통산성의 국민차 구상’ 특종기사를 내보내고 통산성은 논란에 휩싸인다. 내부는 둘로 나뉘지만 동료들은 말한다. ‘그 사람은 언제나 10년 앞을 내다보고 있다.’ 구체제를 무너뜨리는 것과 새 체제를 만드는 것은 같은 길목에 있지만 전혀 다른 싸움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대의 한국과 어깨를 맞대야 한다.

 

유민영 | 에이케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