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이 기사는 본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기사입니다

정인숙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사의 보도행위와 관련하여 꼭 좀 제한조치를 취했으면 하는 사안이 하나 있다. 다름아니라 언론사의 자사이해관계와 관련된 보도나 타언론사에 대한 보도가 그것이다. 특히 언론사의 자사이해관계와 관련된 보도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해당 뉴스가 언론사의 이해관계와 관련됨을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신문사들이 외부 필진의 칼럼 밑에 “이 칼럼은 본사의 의견과 무관합니다”라고 고지하듯이 자사이해관계와 관련된 뉴스의 경우 “이 기사는 본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기사입니다”라고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승인 신청을 대기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사설과 1면 지면을 통해 종편뉴스를 다루었으며, 종편 관련 뉴스를 미디어정책 뉴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심사기준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부각시키기에 바빴으며,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에 대한 세부심사기준이 발표되자 이제는 저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가늠하는 제목과 내용을 담아 기사를 내보냈다.

 메이저 신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심사기준에 부합된 자신들의 강점을 부각시켰고 일부 마이너 신문사들은 심사기준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보도 행태들은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지면을 십분 활용하여 자사이익와 관련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내용을 생산해내는 이른바 ‘언론사의 언론로비’라고 할 수 있다.

종편사업을 희망하는 조중동, 매경, 한경의 종편 보도.

 종편 승인과 관련된 그동안의 보도행태는 뉴스가치있는 의제에 대한 의제설정(agenda setting)을 넘어서서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맞춘 고의적인 의제만들기(agenda building)를 해온 측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뉴스사업자의 이익을 위해서 뉴스이용자의 알권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언론사들의 자사이기주의적 보도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비단 신문사들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지상파 재전송문제를 놓고 싸울 때도 서로의 매체를 활용해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전달하기에 급급했고 자기편에 이로운 보도를 쏟아냈다. 동종업종끼리 다툴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상파끼리 월드컵중계권을 놓고 다툴 때도 뉴스가치나 객관성과는 상관없이 타 지상파 방송사를 비난하는 뉴스가 메인 뉴스의 한꼭지를 버젓이 차지했었다.


 뉴스가 뉴스생산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져서는 곤란하다. 언론사는 그날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나 이슈, 독자나 시청자가 알아야만 하는 이슈를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에 있어 누구보다도 엄정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뉴스의 개인적 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언론인이 만들어낸 뉴스가 차별화되고 신뢰를 받으려면 그래야 한다.


 ‘종편 대전’이 끝난 후에는 제발 언론사들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자율적 규제나 윤리강령을 만들어서 독자 시청자를 위한 뉴스와 뉴스생산자를 위한 뉴스를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언론기업마저 자신들의 이익 창출 수단으로 언론매체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업들이 저마다 언론사 하나쯤 가져 스스로를 방어하고 이익을 실현하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