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한국일보 파행 사태 지속되면 광고 중단·구독 철회 시민운동"

"한국일보 파행 사태 지속되면 광고 중단·구독 철회 시민운동"

 

 

 

편집국 문을 걸어닫고 기자들을 쫓아낸 채 신문을 파행 제작해 온 한국일보 사태가 24일로 열흘째를 맞았다. 2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장재구 회장의 퇴진을 놓고 노사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일보사 밖에서 만드는 한국일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휴일인 23일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한국일보 편집국엔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서는 용역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간 장 회장 지시에 따라 통신사 기사를 다수 옮겨실으며 신문을 만들어 온 간부급 기자 10여명은 지난 21일 밤 편집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임시로 외부에 마련한 장소에서 신문 제작을 이어갔다. 한국일보 사옥에는 기자가 없는데 신문은 제3의 장소에서 발행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일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광고 중단 운동 등을 벌일 수 있다며 사측에 경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한국일보의 파국이 지속되면 광고 중단과 구독 철회 운동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도 이번주부터 기자들을 지지하는 연대 농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내부에서도 장 회장이 눈앞에 닥친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강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노조는 지난 4월 말 장 회장이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최소 2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고발인 조사에 이어 참고인 조사와 자료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사건 당사자인 장 회장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의 한 고참급 기자는 “고발장에는 장 회장이 배임 혐의에 대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빼돌린 돈을 회사에 돌려놓겠다는 발언을 한 녹취록까지 첨부했을 정도로 증거와 정황이 명확하다”며 “단순한 비리 사건에 두 달이 넘도록 피의자 소환을 미루고 있는 검찰의 조치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언론계와 정치권까지 초유의 편집국 봉쇄 사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측이 ‘사면초가’로 몰리는 양상이다. 지난 20일 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등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한국일보 기자들의 취재권과 편집권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21일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소속 원로 언론인 등 10여명이 한국일보를 찾아 기자들을 격려했다.

 

 

노조 비대위는 23일 남산에서 단합대회를 열었다. 최진주 노조 부위원장은 “21일부터 사측이 이상석 부회장을 대표로 내세워 노조와의 대화 채널을 다시 열었다”며 “파행 발행된 신문에 대해 독자들의 구독 중지와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한국일보 사태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