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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95. [낚시] 강태공의 바늘과 미끼

금일은 3월 14일,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사탕이 오고간다는 날입니다.

흔히 2월 14일에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초콜릿의 양/질과 비교해

어떤 남녀 사이에서는 '누가 더 잘 해 줬는가' 따지기도 한다더군요.


실상 진실되게 서로를 사랑하고, 각자의 삶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모습이겠지만,

연인이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의무감과 책임'이 '열정적인 사랑'을 앞서게 될 때,

그러니까 콩깍지(?!)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할 때가... 어쩌면 연인의 관계에서는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서없는 이야기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다시 편집의 문제로 돌아왔군요.

언뜻 제목만 보면, 언론 매체에 관한 정보를 찾는 분들보다는

오히려 낚시를 즐기거나, 고대 중국사를 공부하는 분들에게 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강태공은 낚시를 어떻게 했나'라고 궁금해하면서 들어와 보면

제목과는 별로 상관없는 언론/매체 이야기가 실려있는... 지금같은 사례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예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전자 매체에서 보도 기사를 보려고 하는 분들을 위해

상당히 자극적으로 제목을 써 놓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독자 분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낚시성 기사'라고 하지요. 그래서 제목에 '강태공'을 넣어 보았습니다.

잘 쓰면 비유적/포괄적인 제목이 되지만, 잘못되면 '기만적'이라고도 평가받을 수 있겠네요.


예전부터 신문의 발행 부수, 방송의 시청률 등이 중요했듯이,

전자 매체가 확장되는 시대 그 매체의 조회수는..... 회사에는 중요할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이는 게재되는 광고의 수익을 정하는 것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좀 자극적인 제목을 쓰고, 그걸 눌러 들어와 기사를 읽은 분들이 나중에 실망을 좀(?!) 하더라도

당장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일단은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향신문도 (특히 경영이 쉽지않은 속성상)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실망을 느낄 계기가 꾸준히 발생한다면,

'그게 그거다'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 색다르게 표현된 것인지도 모르지요.


오늘, 여기에 비슷하게 해당되는 기사의 예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男초등생 3명, 장애女 성폭행했는데도…공동책임?


기사의 제목만 보면, 초등학생(가해자)와 장애인(피해자)가 

사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식으로 기사를 썼는가 해석되어서

'그래도 이건 아니지'하는 마음에 들어온 분들이 상당히 많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제목에 해당되는 기사 본문을 읽어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싶어 걱정됩니다. 단 한 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아이들만의 잘못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기사는 물론 제목 자체도 해석에 따라서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보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기사의 의도도 결국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것이었으며,

어쩌면 제목에서 말한 그대로... 또 다른 식으로 말을 한다면

'아이들이 개별적인 부분으로 문제를 일으켰으니 (사회의) 공동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서술/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좀 더 보충되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과연 언론사의 인상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런 낚시성 기사에 대해 쓰여진 비판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고,

광고 및 조회수에 '영향'은 받더라도 '의존'하는 것은 줄여야 한다는 것을 토대로

구독자 대상 광고 줄이기 등 여러가지 방법도 제안이 되었지만... 결국 언론사의 '자정'이 가장 중요하고,

언론을 소비하는 분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마음을 표해주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운영->광고->수익->낚시->황망...의 구조 문제는 개혁적 언론이 대하는 현실적 문제는 무엇인지,

아니면 당장에 좀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가의 문제로도 보입니다.


강태공은 미끼없는 낚시로 세월을 낚았다지만... 

언론 매체는 '기사'과 '영상'을 통해 삶의 정보를 얻으려는 소비자를 낚는지도 모르고,

이는 정치는 물론 언론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불신과도 연결되지 않을까요?

경향신문이 여기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부에서 많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