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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61. [단편 소설] 그럼 소는 누가 키워?! - 1




"이렇게 살려고 이 산골에 들어온 거예요? 겨우 이런 모습으로?"

오랜만에 만난 세영 씨의 눈빛은 서울에서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평소에는 신문사 안에서도 일 열심히 하고, 웃기도 많이 웃던 눈이었는데...

아니, 어쩌면 못마땅한 일이 있으면 매서워지는 저런 모습이 
그녀가 갖고 있는 본래의 눈일 것이다. 어쨌든...

"그래, 아무리 박 부장하고 뜻이 안 맞다고 해도, 
갑자기 사표만 쓰고 오면 누가 '네~ 나가세요'라고 좋아할 줄 알았어요?"

일단 자리에 앉으라고 했더니, 
사양하지 않고 아랫목을 차지하고 앉아서는
나를 향한 잔소리는 계속 되고 있다.

하긴, 며칠 전 서울의 일을 그만두고 내려온 뒤
그 동안 줄곧 전화를 꺼 두고, 컴퓨터도 쓰지 않았으니,
누가 내 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알지 못 했다.
아니,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여기는 나의 고향인 시골이다.
산 좋고 물 좋다는 수식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마음 편하게 지낼 수는 있는 곳이다.

요즘 들어서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져 
지역 농가의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다행히 여기는 본래 축산업보다는 
옆에 하천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로
밭농사에 논농사 약간 짓고 사는 곳이라 큰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려면
차량 소독은 거쳤겠지... 

지금 이 곳, 아마도 그 희뿌연 먼지를 차에 묻혀가며 
물어물어 나를 찾아왔을 세영 씨가 나를 닦달하는 곳은
내가 어릴 때 놀기 좋아하던... 집 앞의 야트막한 별채이다.

@Nori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