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분 400시간 분량의 영상물이 올라오고 매일 영상물이 10억 시간씩 소비되는 곳. 한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친다면 이곳에서는 약 1427명의 평생이 매일 플레이되고 있다. ‘콘텐츠 제국’ 유튜브의 위용이다.

 

지난 3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샌브루노에서 유튜브를 충격에 빠뜨리는 총성이 울렸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디에이고에 살던 39살 이란 태생 미국 여성 나심 나그담은 차를 몰고 약 800㎞를 달려 유튜브 본사 앞에 도착했다. 그는 유튜브 직원 3명을 향해 권총을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3일 총격 사건이 일어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 유튜브 본사 앞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샌브루노_로이터연합뉴스

 

나그담은 총기난사범이나 테러리즘하면 거론되는 어떤 전형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는 무슬림도 아니고,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하지도 않았다. 불법 이민자도 아니었다. 그는 열렬한 채식주의자이자, 동물권 활동가였다. 이란에서 ‘그린 나심’으로 알려진 나그담은 화려하고 독특한 채식·운동 영상으로 3만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였다.

 

그런 그가 왜 유튜브를 향해 총을 겨눴을까. 동기를 직접 밝힐 사람은 세상에 없지만 짐작해볼 만한 단서들은 있다. 나그담의 아버지는 실리콘밸리의 유력 지역지인 머큐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나그담은 유튜브를 증오했다”고 말했다. 그의 형제도 “나그담은 늘 유튜브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고 불평했다”고 증언했다.

 

나그담은 지난해 올린 영상물에서 “유튜브는 거대 비지니스에 능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검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 웹사이트에도 “유튜브에도, 다른 영상공유사이트에도 동등한 기회란 없다. 당신의 채널은 그들이 원할 때만 클 것”이라고 썼다.

 

나심 나그담이 제작한 유튜브 영상의 한 화면 _유튜브 캡처

 

나그담의 ‘음모론’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의 극단적 행동은 유튜브의 위상과 그로 인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유튜브는 영상이 텍스트를 압도하는 시대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를 경찰, 선생님이 아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차지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지금의 유튜브를 만든 주역은 싸이, 방탄소년단 같은 소수의 ‘프로’가 아니다. 수많은 아마추어 유투버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유튜브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기존 방송에서는 다뤄지지 않을, 이런 것도 영상이 되냐고 물을 법한 콘텐츠들이 유튜브를 통해 떴다.

 

유튜브는 2007년부터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으로 게시물에 광고를 붙이고 수익을 나누기 시작했다. 한달에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씩 버는 유튜버가 속출했다.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생업의 공간이 됐다.

 

하지만 유튜브도 페이스북과 똑같은 책임의 문제에 직면했다. 유튜브는 포르노나 인종차별 등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올렸을 때, 저작권을 위반한 콘텐츠 등에 광고 게재를 중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종차별이나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에도 광고가 붙었다는 지적을 받았고 펩시, 월마트 같은 대형 광고주들이 보이콧으로 철수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유명 유투버가 일본의 ‘자살의 숲’이라 불리는 곳에 가서 시신을 찍어 올려 큰 논란이 됐다.

 

지난 2월 유튜브는 광고의 장벽을 더 높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1만뷰 이상이면 광고가 붙던 것이 해당 채널 구독자가 최소 1000명, 시청시간은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4000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4월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은 유튜브 키즈도 게시물 노출을 알고리즘에 맡기지 않고 사람의 손을 거치는 ‘청정 버전’을 곧 내놓는다고 한다.

 

게시물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타격을 입은 유투버들은 난리가 났다. 이들은 변화된 정책을 놓고 대재앙이라는 뜻의 단어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변형해 ‘광고 대재앙’이라는 뜻의 ‘애드포칼립스(adpocalyse)’라고 부르고 있다. 나그담의 권총은 소셜미디어가 낳은 콘텐츠 민주주의가 안전하고도 자유롭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상기시켜준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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