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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렙·수신료 ‘뜨거운 감자’ 논의에 그칠 듯




여야 합의에 따라 2월 임시국회가 조만간 개원을 앞둔 가운데 미디어 관련 현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논의될 ‘미디어렙 법안’과 ‘KBS 수신료 인상안’은 관련 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된 사안이다.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디어렙 법안은 여야 모두 내부 의견 정리가 안된 상태이고 KBS 수신료 인상은 최근 물가급등으로 부담이 커 이번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차기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 미디어렙 법안 ‘지지부진’ = 민영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 도입을 위한 ‘미디어렙 법안’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핵심의제로 손꼽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 판매에 대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내리면서 2009년 말까지 후속조치를 취하라고 했지만 대체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렙 법안은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논의가 쉽지 않다. 여야는 이달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적극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의원마다 생각이 달라 내부 교통정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종합편성방송채널의 미디어렙 포함 여부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미디어렙 법안은 모두 6개다. 한나라당 한선교·이정현,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1공영 다(多)민영’ 체제를 담은 법안을, 한나라당 진성호, 자유선진당 김창수,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1공영 1민영’ 체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중 한나라당 의원 안은 종편 광고판매의 미디어렙 위탁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즉 여당은 종편이 자체적으로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종편에 보도기능이 있는 만큼 지상파TV처럼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민영으로 할지, 다민영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원마다 입장이 다르다. ‘1공영 1민영’은 KBS 등 공영방송은 코바코에, 나머지 민영방송은 1개의 민영 미디어렙에 광고를 위탁하자는 주장이다. 야당 의원 상당수가 이런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일부 여당 의원도 동조하고 있다.

반면 ‘1공영 다민영’은 지상파 방송사가 독자적으로 미디어렙을 설립해 광고영업을 하는 ‘1사 1렙’을 의미한다. 방송광고 시장을 사실상 완전자유경쟁 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이에 동조하고 있으며 일부 야당 의원도 현실론을 이유로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를 코바코에 포함시킬지,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킬지도 논쟁거리다. MBC는 독자 광고영업을 하는 ‘1사 1렙’을 선호하고 있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필요할 때만 민영방송의 이익을 취하려는 행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여야 모두 이에 대한 입장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부에서 MBC를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고 종편을 견제하기 위해 ‘1사 1렙’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인 데다 내부 의견 정리도 안되어 있어 2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힘들다”고 전했다.

◇ KBS 수신료 인상 ‘눈치보기’ = 현재 2500원을 3500원으로 1000원 인상하자는 KBS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인상 당위성에 대한 KBS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오는 17일 김인규 KBS 사장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르면 18일 입장을 결정하고 25일 전까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첨부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방통위는 KBS 이사회 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당 측 상임위원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KBS 2TV의 광고 축소를 언급하고 있다. 당초 여당의 KBS 수신료 인상 추진에 KBS 광고를 축소해 종편에 광고물량을 챙겨주기 위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 종편 선정 등 정부가 추진해온 미디어 정책이 총체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종편 먹거리 챙겨주기 차원의 수신료 인상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도 수신료 인상안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구제역과 기름값 급등, 전세대란 등으로 물가가 들썩여 여당은 준조세 성격인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내에 처리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차기 국회로 안건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2기 방통위 상임위원 선임도 시기적으로는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1기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는 다음달 25일로 종료된다.

그러나 차기 방통위원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2기 방통위 구성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원 5인 가운데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 추천을 받도록 돼 있다.



김준일 기자 ant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