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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진화하는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미디어

앞으로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취재 활동의 제약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기자협회의 김영란법에 대한 공식성명에 등장하는 기자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오래된 습관의 사람이다. 독자들은 묻고 있다. “이전처럼 살아도 되나요?” “이 시스템 밖으로 나가야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이른바 역대급위기 앞에서 다른 삶, 새로운 삶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언론은 얼마나 제대로 된 답을 하고 있을까?

 

숨이 막히는 더위에 잠 못 들고 채널을 돌리다 잡은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취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를 만난 친구는 면접 기회도 없다며 대사를 잇는다. “요즘은 아빠 직업 보고 사람 뽑잖아.” 열대야에 현실이 겹친다. “인턴은 아빠가 해주는 거래.” 2016년 서울이다.

 

총장의 전횡과 교육부의 횡포 앞에서 이화여대 학생들은 훌륭하게 분노하고 대처했다. 아쉬움은 남는다. 만연한 학위장사와 인구절벽을 앞둔 대학의 미래는 토론하지 못했다. 메갈리아를 둘러싼 대립은 격렬하고 뜨겁다. 애매하게 개입한 정의당은 혼돈이다. 일부는 뒤로 물러나 숨을 죽였다. 페미니즘은 부정의 부정의 모습을 띠었고,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외국인 현각 스님의 조계종 비판은 해명으로 얘기가 좁혀졌으나 함의는 남았다. 종교와 상식은 여전히 구분되어 있다. 사시 합격자가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른 일과 한 고위 공무원의 개돼지 발언도 사건으로 멈췄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퇴직 후 연금서열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장 안정적인 상류계급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을 조망하지 못한다. 언론은 이러한 일을 사회면 사건 기사로 다루다가 가끔 칼럼으로 어른스럽게 지켜본다. 기획특집은 일회성 특집일 뿐이다.

 

55세 생일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축하를 받으며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

 

미국 대통령 부부의 이야기는 이 시점에서 신선하다. 두 사람은 자녀의 삶과 연결된 보통사람의 의제를 현실 세계와 다툰다. 매우 현명하게. “(딸들의) 아빠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제 그 딸들은 모든 남성이 그러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여성지 기고를 통해 남성과 아버지의 한계를 넘는다.

 

기성언론 인터뷰를 즐겨하지 않는 그는 어느 날 백악관 기자간담회 질문권을 전부 여기자들에게 돌렸다. “잔인하게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수준으로 맞서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퍼스트레이디 미셀 오바마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지지연설은 더 깊은 사유를 보인다. 최초의 여성 미국 대통령을 노리는 클린턴은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처럼 여야 동수 내각을 공약했다. 대통령의 의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다.

 

모든 것을 하나의 기준과 정답으로 움직여 온 우리 사회는 운이 좋았다. 압축성장시대에는 그러했다. 지금은 아니다. 전체와 구조를 중시하는 오래된 습관은 해체되고 있다. 성장이 멈추고 다수가 추락하는 저성장 구조화 시대, 해체-연결-융합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삶은 기존 삶과의 투쟁이다. 출발점을 한 사회와 전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서 시작해야 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언론과 미디어가 새롭게 그려야 할 좌표는 개인의 다양한 삶이다. 그래야 쉽게 보이고 숲도 보인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는 의도는 모든 개인을 소외시킨다.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 할까>를 쓴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개인주의가 없는 한국의 집단주의를 공박한다. 하나의 정형화된 성공공식에 따라 의사, 변호사, 대기업 직원이 되는 삶을 성공이라 부르고 나머지는 불행한 사람이 되는 사회. 그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민주주의(democracy as a lifestyle)’가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학습되지 않은 것이 직장과 사회, 정치 분야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삶의 민주주의라는 척도에서 현재 권력인 386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를 바가 없다. 변화를 막는 공범이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진 부총장은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에서 리버럴들이 도시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아이디어를 확산한다는 기사를 인용한다. 국가 단위가 아니라 도시다. 그는 킨포크라는 잡지를 탄생시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도시 포틀랜드에서 새로운 문명의 영감을 찾는다. 나이키 본사, 스티브 잡스가 중퇴한 히피 문화가 흐르는 리즈 대학, 1000여개의 와이너리, 건강한 음식과 재료를 제공하는 농장이 있는 미국 은퇴자들이 동경하는 포틀랜드다.

 

정답이 없는 시대, 개인이 기준이 되는 세대의 답은 달라야 한다. 전인권이 부르는 걱정 말아요, 그대는 이렇게 끝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첫 번째 습관과 집단주의를 버릴 때다. 새로운 대안(Second Solutions)만 남기고 다 버려라. 젊은 디지털 세대를 독자로 포괄하고자 한다면 젊은 기자들이 그들의 기술, 습관, 생각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게 하면 된다.

 

유민영 | 에이케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