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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이 바뀐다는 것을 가장 늦게 아는 것은 그 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매달 챙겨보는 한 잡지 편집장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새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권외편집자>라는 책 내용이다. 덧붙여 그는 “ ‘디지털이 대세’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출판 불황의 이유는 결국 편집자’라고 한 방 세게 날린다”는 인용과 소감을 붙여두었다. 언론에 적용해도 틀림이 없는 말이다. 결국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모르는 것은 과거 경험과 논리에 갇힌 내부자들이고 언론의 가치와 시장의 쇠락 이유는 기자와 언론 구성원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것뿐이다.

 

언론사에 사건과 사고가 겹치고 있다. 작지 않은 추문부터 독자와의 불화까지 다양하고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제어되지 않는다. 디지털 혁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중첩되어 위기를 강화하고 ‘개혁 피로감’으로 확장된다. 새로운 문제로 전이되고 상황은 관리되지 않는다. 내부의 시선으로 외부를 경계하거나 비난하는 것으로는 사건을 악화시킬 뿐이다. <손자병법>의 말대로 나무가 자주 흔들리는 것은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인데 언론사들은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고 싶어하고 내부에서 뚝딱 처리하고 만다.

 

위기전략서 <평판사회>에서 김봉수 피크15 대표는 BBC가 어떻게 위기에 대처하고 핵심 가치를 보호하고 강화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2011년 영국 공영방송 BBC의 간판 코미디언이자 DJ였던 지미 새빌의 사망 1년 후 그가 다수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수많은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의 성도착증 관련 의혹을 보도하려 했던 BBC 뉴스의 시도를 데스크에서 무산시켰다는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한다. BBC의 핵심 가치와 신뢰는 순식간에 추락한다. BBC는 과감하게 두 명의 외부인을 조사 책임자로 선임한다. 전직 판사인 데임 재닛 스미스를 발탁해 BBC 내부의 관행과 조직문화에 대한 진단과 조사를 실시하고, 별도로 닉 폴러드를 발탁해 새빌의 성도착증 관련 불방 사건을 맡긴다. 데임 재닛 스미스는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로 당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인물이고, 닉 폴러드는 BBC의 경쟁사인 스카이뉴스의 대표를 지냈던 사람이다. 데임 재닛 스미스는 BBC의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새빌의 피해자들로부터 증거를 수집했고 스캔들에 관련된 사람이 290명 이상이라고 밝혀냈다. 닉 폴러드는 2011년 12월에 새빌 의혹 보도를 저지했던 데스크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이 새빌을 비호하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BBC의 사장 조지 엔트위슬이 새빌의 추문에 대한 제보를 무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당시 에디터였던 인물들이 해임되었고 얼마 후 사장까지 대표직을 사임한다. BBC는 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여러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고 현재도 이 사건에 대한 웹사이트(JIMMY SAVILE SCANDAL)는 유지되고 있다. BBC는 조사에 500만파운드(약 85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위기의 대처 과정에서 BBC의 핵심가치인 “1. 신뢰가 BBC의 토대다: 우리는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정직하다. 2.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의 중심에 시청자가 있다. (중략) 6. 우리는 하나의 BBC다: 우리가 함께 일할 때 대단한 것이 이루어진다”가 실제로 보호되고 강화된다.

 

BBC는 위기에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핵심은 BBC와 시청자의 신뢰관계에 있고 그 관계가 붕괴되면 안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있던 것이다. 한국 언론사의 위기관리와 혁신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업의 성격을 규정하는 독자와 언론의 관계 재설정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소셜 프레임 성재민 대표는 “언론에 쉴드(충성도 높은 방패역할)를 쳐줄 사람이 없다”고도 말한다.

 

BBC 사례는 또 타이거팀(TIGER TEAM)의 의의를 증명한다. 타이거팀이란 특정한 문제 혹은 계기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팀을 말한다. 기업경영, 보안, 군사, 정부기관 등에서 두루 활용되는 위기관리 혹은 문제해결 수단으로 인식되며 IT 분야의 경우 보안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해킹 기술을 이용해서 네트워크와 가상 공간에 침투하는 팀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대자 혹은 적군 역할을 수행하는 레드팀(RED TEAM)이나 다른 외부의 특수팀과 구분되는 점은 특히 그 자율성과 책임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직면한 문제의 정의, 분석으로부터 타이거팀의 업무는 시작되고 전권을 가진 조직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오직 해당 문제의 해결에만 집중한다. 위기관리도 그렇고 디지털 혁신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정부가 같은 사람을 다른 자리에 돌려막기하는 것을 두고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한다. 한국의 언론사들은 이 지적을 돌려받아야 한다. 취재를 잘하는 기자가 위기관리, 디지털 혁신은 물론 경영까지 다 잘할 수는 없다. “단호하고 과감하게”는 한국 언론이 받아들여야 할 행동 지침이다.

 

유민영 | 에이케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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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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