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방송광고와 보편적 시청권


정인숙 | 경원대 교수·신문방송학


방송법에는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제73조). 시청자의 프로그램 시청권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다. 간접광고를 합법화하면서 사실상 이 규정은 무의미해져버렸다.

간접광고란 방송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과거에는 상품의 브랜드를 모자이크 처리하던 것을 지난해 1월부터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간접광고의 형태로 합법화한 것이다.

간접광고는 엄연히 방송광고의 한 유형이고 프로그램 내용의 일부로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프로그램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단서조항도 문제이다. 간접광고는 오락과 교양 분야에 한정하여 허용하고 있으며,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로고 등 상품을 알 수 있는 표시의 노출시간은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제한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다만,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의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이다.



최근에 종영된 한 인기드라마의 경우 주인공들이 사용한 소품은 물론 촬영 건물 자체가 광고의 대상이 되었을 정도이니 드라마 전체가 광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광고에 대한 정의 자체가 애매하다. 방송법(제2조)에서 ‘방송광고라 함은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내용물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홈쇼핑방송은 광고로 보지 않는다’(제73조 3항)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홈쇼핑 채널들은 하루 종일 방송광고를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광고방송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방송광고와 프로그램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방송법의 원래 취지가 법 조항 이곳저곳에서 모순을 빚고 현실적으로도 시청자의 시청권을 전혀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2015년까지 광고시장 비중을 GDP 대비 1%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채널의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의 허용이나 광고 품목 제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우려되는 것은 광고로 인해 프로그램의 시청권이 지금보다 훨씬 크게 훼손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을 볼 때 기사읽기를 방해하는 광고물이 넘쳐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방송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정말 우려된다.

광고는 미디어산업 활성화의 원동력이지만 과다한 방송광고로 인해 시청자의 시청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유효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편적 시청권의 범주에는 최소한의 채널선택권뿐만 아니라 일정 시간내의 광고물 최대치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포함되어야 한다.

간접광고나 가상광고 등 새로운 형태의 광고들이 도입되었고 다매체의 새로운 매체환경이 형성된 만큼 시청자의 시청환경을 고려한 종합적인 광고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산하연구소는 광고규제완화를 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시장영향평가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시청자의 시청환경이나 인식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지 문화적 영향평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산업적 차원에서 방송광고의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면 두 가지 영향평가를 놓고 긍정적 영향은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