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ㆍ시민 불안 부추겼던 뉴스들 감정적 추동 억제 의미 있어
ㆍ구체적 대안 제시엔 아쉬움
6일 뒤면 2010년이 저문다. <경향신문 선정 2010년 10대 뉴스>(24일자 8면)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요약해 소개했다.
국내외 10대 뉴스를 둘러보니 올 한 해는 유난히 시민의 ‘불안’을 부추기는 사건이 많았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은 실제로 한국이 맞닥뜨린 큰 위기였다.
이 불안정은 지난주에도 이어졌다. 지난 23일 목요일을 제외하고 경향 1면을 장식한 대문 사진은 연평도를 순찰하는 군인(‘긴장 감도는 연평도’), 방독면을 쓴 연평도 주민(‘방독면 쓴 노인, 불안한 눈빛’), 애기봉 트리(‘6년 만에 불 밝힌 애기봉, 긴장의 트리’), 포천 동계 합동훈련(‘최대 규모 화력훈련…멈추지 않는 포성’) 모습을 담고 있었다.
안보 문제는 사람들의 성향을 초월해 공통의견을 형성하기 쉬운 이슈다.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을 상정하면 내부의 잡음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사회에서 전쟁의 불안은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잡다한 사회 균열을 덮는 기제로 활용됐다. 지금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2010년은 한반도가 전쟁의 포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휴전상태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한 해였다. 남북의 군사 대치로 인해 민간인과 젊은 군장병들이 목숨을 잃는 순간을 TV 생중계로 지켜봐야 하기도 했다. “이러다 전쟁나는 거 아냐”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물음이 일상화됐다. 경향신문 역시 20일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두고 오히려 서해를 분쟁지역화하는 정부의 행보를 지적했다(21일 1면 <상시적 위기 고착화, 한반도 ‘불안의 시대’>).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사회의 불안은 커졌고, 사람들의 심리적 평화는 흔들렸다. 1975년 민방위훈련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훈련이 시행됐던 지난 15일, 전국에 울려퍼진 사이렌 소리는 ‘불안 시대’의 서곡처럼 들렸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인가. 언론은 이 문제의 대답을 독자에게 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덕목은 냉정함이다. 경향은 ‘도발에 대한 응징’ ‘확전 불사’ 유의 언어폭력을 구사하는 대신, 20일 전후로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내놨다(21일자 4면 <불안한 침묵…확전 부담? 목적 달성? 시차 공격?>). 특히 정치권에 만연한 힘의 논리를 지적하며, 강공작전을 택한 정부의 선택을 ‘위험한 게임’으로 풀이했다(21일자 5면 <“훈련 연기는 굴복” 충돌 무릅쓰고 ‘위험한 게임’>). 훈련을 강행한 것은 보수층을 집결시키고 북한에 굴하지 않는 ‘배짱’을 보여준 것일 뿐 실속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접근은 물리력 행사 과정에서 불거지기 쉬운 감정적 추동을 억제하고 독자들에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바탕을 제공했다.
다만 비판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병행됐으면 한다. 국제정세 분석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제다. 경향은 23일 <연평도 사태 한 달, 평가와 전망 토론회>와 24일자 <한반도 주변 정세> 등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와 반응을 분석했다. 저명한 대학교수들과 전문가들의 언급이 기사에 풍부하게 녹아 있었지만 대부분 현실 분석이나 추상적인 전망에 그쳤다.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등에 대해 우회적이지만 강경한 논조로 비판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떤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까지 기사에서 구체화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향은 연평도 주민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사람들은 전쟁보다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21일자 2면 <“곧 쏜답니다”…쿵쿵, 다다다다…‘숨죽인 하루’>).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 소망을 현실화할 것인가. 칼럼, 기고 및 인터뷰 등 다양한 통로로 현 상황에 대한 대안을 소개해 주었으면 한다.
현명한 대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논의가 지면에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24일자 5면에 실린 최장집 교수와 박세일 이사장의 대조적인 논리는 북한 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어 중요한 논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소개하지 못해 추상적인 담론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수 있는 각축장을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논리를 쉽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돼야 할 것 같다.
‘불안의 시대’, 언론의 역할은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이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냉정한 분석을 제공하는 기사가 중요한 이유다. 불안의 안개는 걷어내고,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는 기사들을 지면에서 자주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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