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이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국의 이미지는 나빠졌고, 보도의 신뢰도는 급락하고, 막장 드라마로 버티던 시청률도 낮아졌다. 지상파 대 케이블·종편의 시청점유율도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광고비가 줄어들고 총광고비에서의 비중도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에도 역전되는 처지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지상파의 존재이유이자 추구해야 할 최후의 가치는 공공성이다. 공공성 없는 지상파라면,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배타적으로 점유해서 쓸 명분이 없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가치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이다. 방송에서 이 핵심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지상파의 유사 중간광고다. 광고수익이 줄자, 유료방송에서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간광고를 무작정 도입한 것이다.
유사 중간광고란, 한 편으로 방송해오던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눠 두 개의 프로그램인 것처럼 꾸미면서 중간에 ‘프리미엄 CM’이라는 것을 집어넣는 편법이다. 본방송 이후 유료방송을 통해 판매하는 VOD 역시 기존 1500원씩 받던 것을 1000원씩 2편으로 편성해 무려 30% 가까이 금액을 올렸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청자가 떠안게 된다.
이러한 행태는 지상파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을 비웃는 편법이다. MBC와 SBS가 지난 5월 먼저 시작한 데 이어 6월 들어서는 공영방송인 KBS마저 유사 중간광고를 시작했다.
사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이슈는 오랫동안 있어왔다. 인터넷, 모바일 이용 시간이 급증하는 반면 TV를 통한 시청시간은 줄어들고 있어 매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인 데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균형 발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상파는 지난 10년간 차별적인 규제개선 혜택을 이미 많이 받아왔다. 심야방송이 허용됐고 광고총량제가 도입됐다. 간접광고나 가상광고에서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민 주파수를 공짜로 사용하며 UHD 방송도 시작했다. UHD 방송은 극소수의 UHDTV 수상기 보급률, 5.3%에 불과한 지상파 직접수신율, UHD 프로그램의 희소성과 추가 재원 염출 등을 감안하면 전망이 어둡다. 그래도 지상파로서는 ‘푹’이라는 OTT 서비스를 통한 자체 플랫폼을 확보했고, ‘황금 주파수’라 불리는 700㎒ 대역 배분 등을 이미 선점했기 때문에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공영방송 거버넌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KBS 수신료가 현실화되고 KBS 2TV 광고량이 조정되면, 지상파가 받을 혜택은 더욱 커진다.
이러한 혜택을 이미 누려온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 균형발전을 맞추고 싶다면 유료방송 규제 해소와 금지품목 완화 등을 선행한 후에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상파는 꼼수인 유사 중간광고를 통해 재원을 늘리기보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되짚어보는 게 먼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상파 방송 유사 중간광고를 즉각 규제하고 방송광고제도 전반에 대한 정책조정과 중간광고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해야 한다. 유사 중간광고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으며, 공영방송이 지녀야 할 국가적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배신이다.
김민기 |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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